밥그릇이 비었다.
그들은 내 주위를 배회한다.
적막을 깨지 않을 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내 작은 몸짓에도 촉각을 세우고
조용히 지켜본다.
허기가 간절한 탓인지
입도 닫고 있다.
내 머릿속에서 고양이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나는 습관처럼 뒤를 돌아본다.
약해 빠진 눈빛으로
내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오며 묻는다.
“배고파요.”
평소에는 관심 한 번 주지 않던 그들이
아쉬울 때만 찾는 모습이
어릴 적 우리 아이들 같기도 하다.
얄미움이 섞인 사랑이지만
그래도 나를 찾아준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밀려온다.
밥그릇을 채워주자
고개를 그릇에 파묻고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를 외면한다.
씁쓸함이 입안에 번진다.
어쩌면
내가 일부러 뜸을 들이며 밥을 주는 이유도
잠깐이라도
나를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나의 진짜 마음 때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