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는 작은 거인이다.
매혹적인 향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겸손하고,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
그의 고향은 충남 청양, 태어난 해는 1983년. 일반 풋고추보다 맵지만 태국 고추보다는 덜 매워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다. 어떤 모습으로 변장하더라도 본래의 맛은 변하지 않는다.
쌈장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달큰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하얀 고추씨가 톡 하고 터지며 비타민이 폭발하듯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지쳐 있던 세포들이 깨어나고, 몸 구석구석에 불이 켜지는 듯하다. 매운맛은 잠시 고통을 동반하지만, 곧장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힘으로 바뀐다.
지금 청양고추는 청양의 특산물을 넘어 전국의 밥상 위에서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찌개, 국, 조림, 무침, 어디에 들어가든 감칠맛의 중심에 서는 존재.
나 역시 청양고추를 좋아하다 보니 잊지 못할 일이 있다. 한때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날, 무뚝뚝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청양고추 한 봉지를 사 오셨다. 그 모습은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청양고추는 나의 비타민이었다.
지금은 속이 약해져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절제하며 가끔씩 꺼내어 맛본다. 작은 거인의 매운맛 속에 스며 있는 위로와 사랑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