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이에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 두 개.
큰언니는 고구마를, 다섯째 언니는 고구마와 깨, 무, 그리고 달랑무 김치를 보냈다.
문득 상자를 들어 올리는 순간, 시골 흙냄새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그 냄새 속에는 고향이 있고,
언니들의 땀과 수고가 있고,
나를 기억하는 마음이 있었다.
“언니, 뭘 이런 걸 보냈어.”
바쁜 농사철, 수확 시기를 놓쳐 이제야 캤다는 고구마는 놀랄 만큼 컸다.
급히 캐내어 흙과 껍질이 아직 촉촉한,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그 고구마들.
언니의 손마디와 바람 든 손바닥이 떠올라
며칠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다섯째 언니는 택배가 오기도 전에 전화를 했다.
“고구마 캔 자리에서 남은 자투리야. 동생 생각나서 보냈다.”
볶음깨 두 묶음을 넣어주며, 하나는 나에게, 하나는 곧 시집가는 딸에게 챙기라고 한다.
언니의 마음이 딸에게도 닿아 있는 그 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하게 데워졌다.
“시원한 무 두 개는 지저먹어.”
그 말 속에 담긴 정겨움이 입안에서 무의 달달한 향처럼 퍼졌다.
금방 뽑아 급히 담갔다는 달랑무 김치도 함께였다.
한입 베어 문 순간,
아— 이 맛이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통화를 마치는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어젯밤 보냈다는데 아침에 도착하다니,
편리한 세상이지만 그마저도 언니들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받아먹는 사람은 좋다.
하지만 그 마음을 생각하면
마냥 기쁘기만 한 건 아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또 그리운 마음이
포슬포슬한 고구마 속처럼 차츰 퍼진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건
이토록 따뜻한 일이다.
이제는 내가 나눌 차례다.
고구마를 찌고, 무를 썰어, 이웃과 나눌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받은 마음을 흘려보내는 일,
그것이 우리의 정서이고,
사람 사는 향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