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보내는 전날, 거울속의 나와 마주쳤다

by 자그노기

출근 준비를 위해 곱게 단장하고 있을 때,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마음 깊은 곳의 숨결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눈동자의 반짝임은 이슬처럼 맺혀 굵게 매달렸고, 그 물기로 거울까지 안개처럼 흐려졌다.


그때 지인에게서 “딸 결혼 축하해. 그리고… 울지 마요.”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잠겨 있던 마음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굵은 눈물이 빗처럼 쏟아졌다. 울다가 웃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태연한 표정까지 지어 보았다.


딸의 결혼이 가까워지자 축복과 위로의 말들이 쏟아졌다.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저는 안 울 거예요. 울면 큰일이에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찌 감정을 외면할 수 있을까. 무너질까 봐 마음을 단단히 묶고 있었을 뿐이다.


좋은 날, 기쁜 날, 밝게 웃으며 보내고 싶은 마음에 식구들에게도 말했다.

“절대 울면 안 돼요. 우는 사람 벌금!”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울지 않으려 하는 걸까?

내가 누구보다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결혼식 전날, 딸은 마지막 준비를 위해 짐을 들고 신혼집으로 향했다.

“엄마, 내일 봐요. 빠이빠이.”

딸이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식장에 가져갈 물건을 챙겨두고 방을 정리하자, 조금씩 옮겨간 짐들이 만들어놓은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완전히 비지 않아 마음도 아직 반쯤만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면의 소리는 시집가는 딸과, 한때 딸이었던 나—친정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며 오래 묻어 두었던 감정을 흔들어 깨웠다. 내 일기의 많은 부분은 엄마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특별한 걸 해주지 않았는데도 엄마는 언제나 내 마음의 큰 자리를 차지한다. 존재만으로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딸을 보면 여리고 어설퍼 보여서, 한 사람의 아내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다.


결혼 하루 전, 주체 없이 쏟아지던 눈물을 한 번 실컷 흘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내일만큼은 울지 않고, 기쁘게 축복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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