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늘 나를 괴롭게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이상한 소문이 나서 반에 다른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날 찾은 적도 있었다. 나는 다른 동네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으니까 그 아이들 시선에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던 걸까?
'이 동네도, 학교도 너무너무 어렵다. 적응하기도 어렵고 그냥... 어렵다'
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두가 된 것이었다.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이 본인들을 무시했다는 주장이었다. 참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걔 어딨어?"
"나와보라고 해봐."
잠자코 반에만 있으니까 더 열이 받았는지 이제는 소리까지 질렀다.
"사과하라고."
뭐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를 하지. 잘못한 게 없는데 자기네들 무시당한 기분이라고 사과하랬다.
나는 조용히 학교를 다니는 게 목표였기에 저 동네 아이들에게 맞추기로 했다.
"너희가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나는 무시한 적 없고 그저 내가 힘든 심정을 말한 거뿐이야. 기분 나빴다면 미안."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했다. 나는 다른 사람 입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극도로 싫었기 때문에 빨리 이 일을 한시라도 빨리 잠재우고 싶었다.
'내가 다른 동네에서 온 애라고 지금 나한테 이러는 건가? 텃세인가?'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나이였기에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구나 싶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본인들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을 때니까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경계태세였던 나는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놀란 내 마음이 여전히 진정되지가 않아서 집에 가는 길에 혼자 엉엉 울었다. 빨리 집에 가서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뭔가를 할 수 있는 기분도 아니었고 그 정도의 기운도 없었다. 모든 에너지가 뽑혀나갔다. 그런데 그때 담임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도대체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니길래 학교에 너 이름이 여기저기서 들려? 뭐 하는 애야 너?"
"......"
"내가 복도에서 다른 반 애들이 너 이름 얘기하는 걸 듣고 다녀야겠니?"
"... 선생님 그게 아니라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내 말은 도대체 네가 뭘 하고 다니길래 이런 소리가 들려오냐 이 말이야. 너 진짜 뭐 하는 애야?
"... 제가 한 말이 왜곡돼서 다른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요. 저는 그 친구들을 무시한 적도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어요. 오해라고 사과했어요. 다 끝난 일이에요."
"네가 잘못한 거네? 평소 행실이 어떻길래 학교를 이렇게 시끄럽게 만드니. 제대로 사과한 건 맞니?"
이 짧은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의 담임 선생님은 성질도 더럽고 고집불통에 어딘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다. 학기 초부터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 1순위가 담임 선생님이었을 만큼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 반 친구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참 이상한 사람... 그 사람을 표현할 말이 저 말 말고는 없었다.
아무튼 하루 종일 엉망진창이었는데 내 말은 한마디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까지 받으니까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 됐다. 1층에서 전화를 끊고 울지 않은 척 집에 올라갔다. 눈치 빠른 엄마가 무슨 일 있었냐면서 물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들 뿐인데 너무 이질감이 들어서 그 속에 어울리기가 어려웠다. 저 일 이후로도 그 이질감 드는 것들이 늘 나를 쿡쿡 쑤셔보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이 힘들어졌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많았고 같은 동네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나의 교우 관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저 본인들끼리 뭉치면서 다른 아이들을 배척시키는 무리, 잘 나간다고 착각하는 무리, 일진 무리 등등. 뭉치로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항상 날 괴롭게 했다.
그래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같은 동네 친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 친구들도 나처럼 골치 아픈 일이 한 번씩 생겼다. 모두가 마음속으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 동네 이 학교에 대한 애정도 기대감도 원래부터 없었지만 더 없어졌다. 엮이면 피곤한 존재들. 엮이면 피곤한 곳. 같은 생각이었다.
"쟤네는 왜 너한테만 그런데?"
"그러게. 참 희한하다. 혹시 너 삼재인 거 아니야? 사주 보러 갈래?"
"왜 넌 가만히 있는데 애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까?"
"희한하다 희한해..."
소중한 내 동네 친구들. 이 친구들 아니었으면 진작 학교 자퇴했을지도 모르겠다.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는 게 나의 바람이었을 만큼 3년 동안 이상한 일만 계속 생겼다. 잠잠해질 만하면 옆에서 쿡쿡 찔러보고 저기서 툭툭 건드리고.
처음엔 내가 문제인가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문제는 아닌듯했다. 3년 동안 뭐가 씌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이렇게 불안정한 마음과 자아를 가진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좀 괜찮아질까 싶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참 바보 같은 생각이구나 싶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나는 더 힘들어졌고 한 가지 크게 깨달은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