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꽃잎을 바라보며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문득 국화를 떠올린다. 화려함으로 봄을 수놓던 벚꽃이 한바탕 잔치를 치르고 떠난 자리에, 국화는 소리 없이 찾아와 가을 끝자락에 앉는다. 다른 꽃들이 저마다의 계절에 앞다투어 피어날 때, 국화는 묵묵히 기다린다. 서리가 내리기 직전, 세상이 가장 쓸쓸해질 무렵에야 비로소 꽃잎을 펼친다.
월출산 기슭의 기찬랜드를 찾았던 날, 나는 국화밭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가을 햇살이 국화 위로 부서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그윽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벚꽃의 향기가 달콤한 설렘이라면, 국화의 향기는 깊은 위로였다. 어쩌면 국화는 향기로 말을 거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쉬어가도 괜찮다'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