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호수길을 걸으며

용인 기흥호수 둘레길

by 디카지기 조


동탄으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긴 산책을 했다. 동탄 호수는 몇 번 가보았지만 집에서 멀리 보이는 기흥 호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낯선 동네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고 싶어서였을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기흥호수 쪽으로 향했다. 물가를 따라 난 길은 생각보다 길었고, 처음에는 적당한 지점까지만 걷다가 돌아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걷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끝까지 가보자”가 이상하게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호수를 한 바퀴 온전히 돌아보기로 했다.


10킬로 미터라는 거리, 그날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걷다가 쉬다가 우리는 3시간 30분 동안 서두르지 않고 걸었다. 인생도 마라톤이다. 처음에 빨리 달리면 지친다. 보폭을 맞추어 달려야 오랫동안 뛸 수 있다. 긴 호흡을 하며 걷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는 것이 인생이다. 숨을 길게 내쉬고, 또 길게 들이마시며 걸음을 맞췄다. 말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끊기고, 침묵이 흐르다가 다시 웃음이 섞이곤 했다. 그 반복이 어색하지 않았던 건, 아마도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호수 주변에는 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피어나지 않은 나무들 사이로 연둣빛 기운이 번졌고, 바람은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초입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산기슭에 피어난 진달래는 고개를 흔들며 우리를 반겨주었고, 꽃물 위로 반사되는 햇빛은 부드러웠다.


그날의 산책은 끝났지만, 동탄에서의 시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이렇게 길고 조용하며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이, 괜히 마음을 든든하게 만든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들이 많고, 아직 알지 못하는 풍경도 많다. 동탄에서 지낼 날이 기대가 된다.


기흥 호수 (1).jpg 동탄에서 바라본 기흥호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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