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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아래 Jun 28. 2023

워라밸을 할 수 있는 직장 찾아요

독서지도사라는 직업을 찾기까지

 40살이 넘어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지역신문과 알바몬, 알바천국을 눈이 빠지게 읽었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내가 다닌 직장의 첫 기억은 지방공무원으로서 구청과 동사무소였다. 공무원으로 10년, 경단녀로 10년.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마흔 살이 훌쩍 넘자 조급해졌다. 평생직장을 찾아서 월급 받아가며 나만의 워라밸을 누리고 싶었다. 워라밸이라면 월에 한 번씩 월급을 받아 책을 사보고 아이들과 외식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차 한잔 하는 행복정도를 꿈꾸었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모르겠다.


  식당에 가면 나는 내가 무엇을 찾아 해야 할지 몰라 두렵다. 내 주방 앞에서도 굼뜨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말한다. 자신이 가장 자신 없는 분야를 직업으로 택하라고. 그러면 그 분야는 정복하고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그러나 식당처럼 파벌이 강한 곳도 없다. 그것은 교회식당에서 봉사할 때도 느낄 수 있었다. 요리의 메뉴를 책임지는 사람을 중심으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게 된다. 칼을 쥔 사람은 목소리가 크고 자신의 요리의 매뉴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지라 그 메뉴엘에서 벗어나게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차 없는 응징을 할 수 있다. 당근이나 오이나 파를 써는 기법도 다양한지라 어떤 요리에는 어떻게 썰아야 한다는 매뉴얼이 주방장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지라 비주류들은 척척 일하기가 곤란하고 두렵다.  나는 항상 비주류로서 눈치껏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시점이 꼭 있다. 식당일은 나하고 맞지 않았다


 공장에 6개월 다녀 본 기억이 있다. 소쿠리에 차량 안전벨트가 될 재료들을 한가득 담아 와서 재봉틀의 전원을 누른 다음 안전벨트 끝을 바늘에 대고 8 센터정도를 박은 다음 추를 들어갈 만큼 공간을 두고 다시 한번 박음질하면 끝이 난다. 그것을 4 시간하고 마무리를 하는 작업이었다. 단순하고 재미도 있었고 내가 박음질하는 안전벨트가 차량으로 들어가는 요소가 된 다는 것에 묘한 기쁨을 느꼈다. 산업의 현장에서 근무할 때의 뿌듯함이 있었다. 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기쁨은 두 달을 넘기지 않았다. 그 후 다른 동료들과 물량에 있어서 비교가 될 만큼 자꾸 뒤처지기 시작했다. SBS에서 '생활의 달인'이란 코너가 있었는데 달인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숙달된 솜씨로 달인 소리를 들어 보고 싶었으나 손재주가 없었는지 숙달이 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 후 발전도 없어서 사퇴를 했다. 다시는 공장에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신문을 살펴봐도 적당히 할 만한 일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독서지도사를 구한다는 광고가 보였다. 한때 독서지도사 자격증은 따두었는지라 45세를 넘기면 취업하기가 힘들어서 바로 면접을 보러 갔다.

센터장 및 팀장 두 명으로 구성된 1:3 면접이었는데 약간 설레는 느낌을 받았다.  어린이 책 포스터가 벽에 붙여져 있었고, 거기서 오는 아늑한 느낌이 있었다. 살짝 긴장하며 주어진 질문에 답변을 했고, 피면접인이라면 으당 살짝 긴장하는 포즈가 있어야 면접하는 분들도 기분이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림책 한 권을 읽게 하고 그 책에 대한 질문도 했다. 나는 이런 질문에 신이 났던 것 같다. 내가 상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정답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즐거웠다. 내가 할 일이란 그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읽은 책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대답하는 모든 것이 정답이라고 알려 주는 그런 일을 하세요. 그러면 우리 회사는 당신의 워라밸을 책임지겠어요'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 같아 신나서 면접의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물론 합격이었다.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드디어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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