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말이 된다.
“원래 불안한 편이야.”
그 문장을 쉽게 쓰게 될수록 불안은 내 일부처럼 굳어진다.
상태와 성격의 경계가 흐려진다.
지금 힘든 건지, 원래 이런 사람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불안이 오래 지속되면 그게 곧 나의 성격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예전의 나를 잊는다.
덜 불안했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웃던 순간들.
그 기억들이 점점 낯설어진다.
마치 그 사람이 다른 누군가였던 것처럼.
불안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편해 보이지만 위험하다.
그 이름이 나를 가두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말이 변화의 가능성을 조용히 막아버린다.
그래서 오늘은 조심스럽게 구분해 본다.
불안은 나의 상태이지, 나 자체는 아니라는 것.
지금의 나는 불안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불안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나로 남아 있다.
그 사실을 오늘은 조용히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