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불안이 사라진 나를 상상해 보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불안이 없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불안은 힘들지만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생각을 채우고, 하루의 리듬을 만들고, 나를 설명하는 말이 되기도 했다.
그게 사라지면 마음 한쪽이 비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비어 있음이 오히려 무섭다.
아무 감정도 없는 상태, 아무 방향도 없는 하루.
불안은 나를 괴롭혔지만 동시에 나를 계속 붙잡아 두는 역할도 했다.
그래서 익숙한 고통을 쉽게 놓지 못한다.
아프지만 알고 있는 상태가 덜 무섭기 때문이다.
불안 없는 삶은 좋아 보여도 너무 낯설다.
오늘은 완전히 다른 나를 그려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이 덜 흔들리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아주 작게, 현실적으로.
불안이 전부 사라진 나 말고, 불안 말고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
그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