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지면 자꾸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
그땐 이 정도는 했는데, 그땐 더 빨랐는데.
속도가 느려진 지금의 내가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
비교는 불안을 빠르게 키운다.
남들과의 비교뿐 아니라 과거의 나와의 비교도 그렇다.
지금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속도만 재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나는 멈춘 게 아니다.
단지 속도가 늦춰졌을 뿐이다.
불안이 있는 상태에서 이 정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조정되고 있다는 증거다.
느린 속도로도 도착하는 감정들이 있다.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았기에 오히려 놓치지 않은 마음.
지치지 않고 남아 있는 에너지.
빠르지 않아도 의미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는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고 싶다.
남들이 정한 속도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속도.
불안과 함께 가도 무너지지 않는 리듬.
오늘도 조금 느렸지만 하루는 흘렀다.
그 흐름 안에 나는 여전히 있었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