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분명히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덜 힘들고, 이유 없이 가슴이 조여 오는 느낌도 줄었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를 끌어내리지는 않는 하루였다.
그럴 때면 마음속으로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이제 좀 나아지고 있는 걸지도 몰라.”
말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대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이제는 내려가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런 기대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다시 불안이 밀려오고, 몸은 무겁고, 마음은 이유 없이 가라앉는다.
어제의 내가 잠깐 착각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역시 아니었어.”였다.
괜찮아졌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전부 허상이었던 것 같고,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아진다.
그동안의 노력도, 견뎌온 시간도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만히 멈춰 생각해보면 정말로 처음과 같은 자리일까.
예전의 나는 이 상태가 오면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아무 기록도 남기지 못했고, 그저 무너지는 데에만 집중했다.
지금의 나는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걸 인식하고, 이름 붙이고, 이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걸 안다.
회복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프다가 괜찮아지고, 다시는 아프지 않은 상태.
하지만 실제의 회복은 그런 직선이 아니다.
오히려 파도에 가깝다.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고, 그 높이가 아주 조금씩 달라진다.
내려오는 날이 있다고 해서 올라갔던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괜찮았던 날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지금은 그 위에 서 있지 않을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힘들어진 나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망가진 게 아니라 내려온 거야.”
“다 실패한 게 아니라 회복의 한 지점에 있는 거야.”
회복은 앞으로만 가는 일이 아니라 나를 버리지 않고, 계속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괜찮은 날의 나도, 무너진 날의 나도 같은 과정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