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려오는 날에는 늘 같은 반응을 반복했다.
“왜 또 이러지.”
“이 정도도 못 버티나.”
“결국 나는 이 정도인가.”
불안이나 무력감보다 나 자신을 향한 말들이 더 날카로웠다.
괜찮아졌던 날들이 있을수록 무너진 날의 나는 더 초라해 보였다.
마치 잘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한 사람처럼.
그래서 가장 먼저 나를 밀어냈다.
지금의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항상 나에게만 엄격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나에게는 왜 항상 버텨야만 했을까.
왜 쉬는 것도, 무너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을까.
오늘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본다.
이 상태에서도 나를 떠나지 않기로.
괜찮아지지 않아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해도 적어도 나 자신만은 내 편으로 남아 있기로.
회복이란 더 빨리 나아지는 게 아니라 무너진 순간에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다시 일어날 힘은 그 태도에서 생긴다.
비난이 아니라 동행에서.
오늘의 나는 분명히 약하다.
생각은 느리고, 마음은 무겁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나를 데리고 하루를 끝까지 간다.
내려오는 날에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가 오늘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내일을 조금 덜 두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