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생각이 더 커지는 이유

by 하솜


밤이 되면 괜히 더 힘들어진다.

낮에는 그럭저럭 버티는데, 불을 끄고 나면 생각이 갑자기 선명해진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생각하지 말고 자.”


하지만 밤의 생각은 의지로 멈출 수 없는 종류가 있다.

오히려 낮 동안 애써 물어왔던 감정들이 이제야 말을 걸어오는 시간에 가깝다.


낮에는 할 일이 있다.

역할이 있고, 해야 할 말이 있고, 괜찮은 척할 이유가 있다.


하지만 밤에는 그 모든 장치가 사라진다.

남는 건 하루 동안 미뤄둔 감정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뿐이다.

그래서 밤의 생각은 자주 과거로 향한다.

했던 말, 하지 못한 말, 이미 지나간 장면들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그렇게 과거 뿐만 아니라 미래로도 간다.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이미 실패한 것처럼 상상한다.

이 시간에 가장 무서운 건 생각의 크기보다 고요함이다.

주변이 조용해질수록 마음의 소음은 더 크게 들린다.

그래서 괜히 휴대폰을 붙잡고, 아무 의미 없는 화면을 넘기며 생각을 잠시라도 흐리게 만든다.

잠들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잠들지 못할 만큼 마음에 쌓인 것이 많았다는 사실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밤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낮 동안 숨겨졌던 신호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올라오는 생각들은 지금의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밤을 무조건 없애야 할 시간으로 여기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견디는 중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 상태가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만 조용히 기억해두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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