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깊어질수록, 비난의 방향은 조금씩 안쪽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상황이 힘들다고 말하다가, 나중에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다가, 마침내 모든 이유를 나에게서 찾게 된다.
“내가 예민해서 그래.”
“내가 약해서 이런거야.”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사는데.”
이렇게 자신을 설명하는 말들은 처음에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그 말들은 칼처럼 날카로워진다.
자기비난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보다 더 에너지를 소모한다.
끊임없이 나를 평가하고, 지금의 나를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끝없이 기준을 올려놓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아픈 건 이미 충분히 지쳐 있는 자신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정도도 못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는 판단은 사실보다 훨씬 가혹하다.
하지만 자기비난은 의외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지면 세상은 덜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보다 차라리 내가 문제라고 믿는 편이 덜 불안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울 속에서는 스스로를 이해하기보다 먼저 몰아세우게 된다.
그래야 버티고 있다는 감각이 남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당장 나를 사랑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 말은 너무 멀고, 지금은 버거울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만 제안하고 싶다.
지금의 자신을 미워하기 전에 얼마나 오래 혼자였는지를 먼저 돌아봐도 괜찮다는 것.
얼마나 많은 감정을 설명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넘겨왔는지를 한 번쯤은 인정해도 괜찮다는 것.
우울은 당신을 망가뜨리기 위해 온 감정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신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