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비난이 오래 이어진 뒤에는 “이제는 나를 좀 이해해봐.”라는 말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해라는 말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나를 사랑하라는 말 앞에서 멈춰 선다.
지금의 나를 좋아하기에는 너무 많은 실망과 피로가 쌓여 있어서, 그 말은 오히려 더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글은 사랑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아주 작은 지점에서 멈춰본다.
오늘 하루만큼은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잘하지 못한 이유를 캐묻지 않고, 이 정도도 못했다는 말을 조금 늦게 꺼내보는 것.
이건 회복이라기보다 긴장 풀기에 가깝다.
늘 나를 향해 겨누고 있던 기준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주 미세하게 느슨해진 틈으로 숨이 들어온다.
갑자기 괜찮아지지는 않지만, 조금 덜 숨 막히는 상태가 된다.
우울 속에서의 회복은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겠다는 작은 태도 변화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나를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밤, 아무것도 고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씩 버틸 힘을 되찾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어떤 변화도 요구하지 않고 싶다.
다만 지금 이 상태가 영원히 굳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미 충분히 애써왔다는 사실만 조용히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