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에게 건네는 말

by 하솜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 나는 늘 같은 말을 나에게 했다.

왜 또 이러냐고, 이제는 좀 나아질 때도 됐다고, 이 정도로 흔들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그 말들은 나를 정신 차리게 하기보다는 더 깊이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은 생각보다 무겁다.

나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만 쉴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흔들리는 날은 곧바로 실패가 된다.


예전의 나는 불안을 적으로 대했다.

이겨야 할 감정, 없애야 할 상태.

그렇게 마음을 몰아붙이며 버텨왔다.

그 방식이 나를 살게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이 지치게도 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은 다르다.

왜 또 이러냐는 말 대신 “지금 많이 힘들구나.”라는 말.

괜찮아져야 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상태도 지나간다.”는 말.

상태를 고치려 들기보다 그냥 곁에 있어주는 말.


불안한 나에게 정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

조언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 숨 쉬고 있다는 것, 여기까지 버텨왔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말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지금 흔들려도 괜찮아.

지금 멈춰 있어도 괜찮아.

이 상태가 너의 전부는 아니야.

이 말들이 바로 나를 일으키진 않더라도 조금 덜 무너지게는 한다.


회복은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오늘은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안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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