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올라오면 나는 늘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원인을 찾고,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든 설명해내려 애썼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제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이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 사라질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걸 알면 불안이 줄어들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통제하려 할수록 불안은 더 또렷해졌다.
불안을 없애야만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은 나를 계속 바쁘게 만들었다.
쉬는 순간에도 마음은 쉬지 못했고, 괜찮은 상태에서도 혹시 다시 불안해질까 봐 긴장을 풀지 못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감정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나가야 할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멈추지 않아도 되고,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
그저 있다가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처음으로 불안을 통제하지 않고 그냥 두어본 날이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지도 않고, 원인을 파헤치지도 않고, 괜찮아지려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불안한 채로 숨을 쉬었다.
그 순간 불안이 바로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더 커지지도 않았다.
밀어내지 않으니 부딪히지도 않았고, 싸우지 않으니 소모되지도 않았다.
불안은 그 자리에 머물다 조금씩 옅어졌다.
불안과 함께 있다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다.
나를 방치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를 다치지 않게 지키는 방법이다.
통제 대신 동행을 선택하는 것.
오늘 나는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완벽하게 안정되지 않아도,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지금의 나로 존재해도 된다는 허락.
그 허락이 불안보다 먼저 나를 편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