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연명 의향서
부모님은 모두 사전 연명 의향서를 작성하셨다. 환자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병원에서 임의로 환자의 연명을 중단하였을 경우에 살인이라는 법적 책임이 있었다. 환자는 사전에 국민복지공단을 통해서 사전 연명 의향서를 작성하여 연명의 상황에서 본인 의지로 의료 행위 중단 의향을 등록시켜 두는 것이다. 노후 관련 서적을 탐독하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이어서 바로 회사 근처 공단 지사에 방문해서 사전 연명 의향서를 작성하였다. 어머니에게 전화 걸어 가입을 권유하려 하였으나 이미 아버지와 함께 가입을 하였단다.
한 달 전에 병원으로부터 아버지님이 소세포 폐암을 선고받으셨다. 암의 진척 상황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얘기하지만 소세포 폐암인 경우에는 발견이 되면 잔여 생존기간이 한 달 정도라 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6개월 정도는 사신다고 의사가 말했다. 올해 85세의 연로한 연세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항암치료에 대해 만류를 했다. 일주일 전에 병원 측에 사전 연명 의향서에 대해서 알리고 항암치료를 시작했으나 당신의 몸이 치료를 받아들이기에는 한계를 넘어 있었다. 저녁에 119 엠브란스를 부르고,응급실로 실려가고, 긴급상황이 벌어졌다.
병원 측의 응급조치 중에 의료 행위 중간중간 나에게 의료 행위 여부를 물어왔다. 피를 수여해도 되는지, MRI 촬영을 해도 되는지, 피검사를 해도 되는지. 솔직히 그 의료 행위가 치료인지 연명인지 확실하게 구분이 안되었다.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연명의료 행위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라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아들 된 도리로서 냉정보다는 감정으로 대답하는 나를 발견했다. 간호사 출신 지인이 어렵겠지만 냉정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을 듣고 그나마 치료는 몸이 나아지는 것이고 연명은 몸이 나아지지 않고 생명만 유지시키는 의료행위라는 기준을 갖고 병원의 물음에 응대했다.
병원에서도 가족들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으나 결국 몇달전에 선종하셨다. 주님,아버지를 천국의 길로 인도하소서. (이 글을 사랑하는 아버님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