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친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Sep 30. 2022

영원한 휴식

100일 글쓰기(03일 차)_휴식

'딩동~'  새벽에 친한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카톡으로 부고장이 날아왔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그런지 최근에 부고 소식이 여러 군데서 들려왔다.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이니 벌써 40년이 다 돼간다. 오랜 우정은 오래된 술처럼 진한 향기가 있다. 학창 시절에는 왜 그리, 친구 집에도 자주 놀려갔는지 모르겠다. 친구의 부모는 마치 나의 부모처럼 "어머님~", "아버님~" 하고 스스럼없이 지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함께 별장을 사서 같이 노후를 보내자는 의미에서 모임의 이름을 '별장 계'라고 지었다.  

카톡으로 부고장이 날아왔다.

고등학교 별장 계 모임은 총각시절에는  5명으로 시작해서 한두 명씩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 숫자가 두배로 늘어나고 자녀들까지 태어나니 모두 20명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모임도 자주 하고 가끔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도 함께 다녔다. 이제는 아이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일부는 군 복무를 하다 보니 다 함께 모이지는 않는다.   어제는 영등포에 있는 장례식장에 저녁 늦게 부부동반으로 문상을 다녀왔다. 부친의 연세가 벌써 90을 넘기시고 별다른 병이 없이 집에서 돌아가셔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말로는 고인께서 며칠 전에 아내의 손을 꼭 잡으시고 "평생 당신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내 친구인 막내아들에게는 손수 골프채를 잡는 법을 알려주셨다고 한다.  아마도 고인께서는 마지막 힘이 닿을 때까지 가족들에게 사랑을 베푸시고 가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으면 영원한 휴식이 찾아오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의 휴식이다. 고인도 평생동안 쉼없이 달려오시 다가 노후를 맞이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에게도 옆과 뒤를 돌아볼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옆과 뒤를 돌아볼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 유전자 땜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