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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Oct 02. 2022

공부, 유전자 땜시

100일 글쓰기(04일 차)_공부

모친의 어린 시절 별명은 '앉은 서울'이다.  '앉아서도 서울 돌아가는 일을 다 안다'라고 해서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면 '네이버' 쯤 되는 별명이다. 아마도 모친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력이 크셨던 거 같다. 며칠 전에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족모임 은행계좌로 '카카오 뱅크' 계좌 개설을 스스로 하셔서 다른 친척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나도 새로운 IT에 맞닥뜨리면 쩔쩔매는데 말이다. 그런 모친의 탁원한 '호기심과 학습' 유전자는 나에게로 왔다.  

모친의 탁원한 '호기심과 학습' 유전자는 나에게로 왔다.  


나의 '학습'은 모친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꼬맹이 6살 때 어린이 수영교실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때에는  미술, 피아노, 웅변, 태권도, 주산 학원 등 웬만한 아이들이 한다는 건 다 해봤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새로운 '학습'들을  충분히 소화하고 즐거워했던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나름 즐기면서 다녔던 기억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학교 수업시간에서는 나의 학습 유전자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학교 공부에 나의 학습 유전자가 잘 어울렸다면  내 삶의 질이 몇 단계는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의 '호기심'은 내 인생의 항로를 몇 차례 바꾸어 놓았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현대자동차)에 취업해서 3년 만에 사표를 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서 1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하고 귀국했다. 재취업 후 30대의 나이에 명퇴(삼성자동차)를 신청하고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아프리카에 가서 1년 동안 밥벌이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유전자의 영향이 컸다. 그 이후에도 나의 호기심 활동은 계속되어 몇 권의 자동차 관련 책을 출간하고 요즘은 책 읽기, 독서토론, 글쓰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기심과 학습'을 위해서 필요한 건 절대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습관적으로 시간관리를 하려고 노력을 한다. 가능하면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고 자투리 시간이라도 뭔가 하려고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시간관리를 하다 보니 늘 바쁘게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쉼도 필요하고 멍 때리기도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자꾸 그런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데 잘 되지는 않는다. 희한하게도 나의 유전자는 또다시 나의 자녀들에게로 옮겨간 듯 하다. 일요일인데도 바쁘게 움직이는 아들과 딸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의 유전자는 또다시 나의 자녀들에게로 옮겨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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