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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1. 2022

슬픈새벽

오늘은 그럭저럭 살아내겠지 그리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오늘 새벽은 가슴이 먹먹하고 슬픈 기분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독서를 한지도 1년이 넘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는 중에 '그럭저럭 살아내겠지'라는 문구가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노년의 여주인공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쓰러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설 속의 그들의 삶이 바로 나의 부모님과 중첩이 되었다. 여든 살을 넘기신 아버지가 한 달 전에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시다. 힘든 시간이지만 '그럭저럭 살아내겠지'라고 속으로 다짐한다.


아침 출근길은 설렘의 시간이다. 서울 집에서 용인 회사까지 약 30km의 거리를 승용차로 이동한다. 회사에 도착해서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1층 사무실로 계단으로 오른다. 업무는 8시부터 시작하지만 보통 7시 반이면 사무실에 도착한다. 컴퓨터, 모니터, 프리터 전원을 차례로 켜서 업무를 준비한다.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아서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며 은은히 퍼지는 향에 취해본다. 오늘은 어떤 고객들이 방문하고, 어떤 일들이 생길지 궁금해지는 설렘의 시간이다.


미팅 후에는 괴로움의 시간이다. 독일인 상사와 한국인 동료 임원들 몇 명이서 올해의 업무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외국인 회사이다 보니 보통 회의는 영어로 한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대충 눈치로 추정한다. 힘든 작년을 보내고 올해는 좀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 들이 더욱 많다. 내가 맡고 있는 조직에서의 비전도 제시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올 한 해, 험난한 일들이 눈앞에 선하다. 미팅 후에 세부 액션 플랜들을 만들고 추진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퇴근을 기다리는 마음은 기쁨의 시간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놔도 간다는 말이 있다. 물론 야근이 기다리고 있으면 예외이긴 하다. 그래도 모든 직장인에게 퇴근시간은 기쁨의 시간이다. 물론 자영업을 하는 주인의 입장은 그러지 않은 수 있긴하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직장인 이다. 후배 직원들이 눈치 안 보고 퇴근할 수 있게 가능하면 일찍 퇴근하려고 노력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 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가정으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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