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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Oct 04. 2022

비가 내리면...

100일 글쓰기(07일 차)_비 오는 날

가을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면 누구나 떠오르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파전과 막걸리'가 생각난다. 대학시절 2학기 수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면, 스무 살 총각의 마음은 싱숭생숭해진다. 도저히 교실에 앉아서 차분히 수업에 참가할 수가 없다.  왜 그리 비만 오면 수업 땡땡이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정문 앞 파전집으로 향했는지 모르겠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시절이라 파전에 막걸리를 점심식사 대용으로 먹으면서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청춘의 감성을 달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무 살 총각의 마음은 싱숭생숭해진다.


빗소리가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파전이 기름에 지글거리는 소리와 흡사하다. 그래서 심성적으로 빗소리를 들으면 파전이 무조건적 반사처럼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빗소리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감성적이고 낭만적으로 만든다. 특히 도심을 떠나서 자연에서 듣는 빗소리는 더욱더 그렇다. 도심에서는 내리는 비를 마치 무슨 해로운 물질인 양 조금이라도 몸이 젖을 까 봐 우산으로 가리고  장화를 싣고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산행길에 만나는 비옷에 부딪치는 빗방울은 온전히  온몸으로 껴안아 자연과 하나가 된다. 더군다나 텐트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는 자연의 연주마냥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대학 졸업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을비가 내리면 퇴근길에 그리운 친구와 함께 탁주 한 주전자와 지짐 한 접시 시켜서 옛 학교 정문 앞 파전집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막걸리보다는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이 더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카푸치노의 거품 위로 계핏가루와 하얀 설탕가루를 조심스럽게 뿌려서 입술에 살짝 거품을 묻히면서 그리운 누군가와 함께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1986)'을 함께 듣고 싶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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