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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Sep 29. 2022

중년의 나는 가을이다

100일 글쓰기(02일 차)_가을

가을, 지금이 바로 내 인생에 있어서 설레는 가을이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나이이다. 벌써 오십하고도 몇 년이 지났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계절이 제일 좋으세요?" 하고 물으면 나는 항상 "가을이요"라고 대답한다. 내 생일이 9월에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냥 가을이 되면 마음이 센티해지면서 감성적으로 물이 오른다. 낙엽을 밟고 지나가는 가을 등산길에서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나를 설레게 한다. 내 삶의 시간에 있어서도 오십 대는 사계절의 가을처럼 나를 설레게 한다. 지금의 마음이 딱 그러하다.

가을, 지금이 바로 내 인생에 있어서 설레는 계절이다.


봄, 나의 십 대는 외로운 봄의 계절이었다. 부친은 박봉의 공무원 생활을 하시고 모친은 장사를 하셨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밥도 혼자 챙겨 먹여야 했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나이에도 혼밥, 혼술이 낯설지 않고 노는 것도 혼자 잘 논다.  학창 시절 파마머리도 해보고 남들 공부할 때 롤라장에서 놀아보기도 했다. 하마터면  삐둘어 나갈 만도 할 텐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아마도 성실히 살아가는 부모님을 옆에서 보기도 했고 모친의 아들에 대한 '기도빨'이 잘 들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여름, 나의 삼십 대는 뜨거운 방랑의 여름이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하고 결혼도 하고 생활이 안정될 즈음에 갑자기 미국 어학연수를 회사에 신청했다. 세상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No"를 했고 나는 사표 내고 퇴직금 받아서 1년간 미국에서 생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용기였는지 무모함였는지 구분이 안 간다. 귀국해서 다시 취업 후 몇 년간 다니다가 갑자기 명퇴 신청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1년간 살다왔다.  다시 귀국해서 이번에는 처자식과 '부산'에서 5년간 살다 왔다.  지금 다시 그렇게 살라면 못 할거 같다.


겨울, 70대의 나의 삶은 미지수의 겨울이다. 바라건대 차가운 겨울이 아니라 나무가 열매를 맺고 꽃이 활짝 피는 인생의 하이라이트였으면 한다. 몸의 근육은 약해지고 눈이 침침해지고 기억력은 안 좋아지겠지만 나의 발자취와 영혼은 누군가의 빛과 소금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자 늙은이들이 항상 죽을 때 하는 '후회'라는 단어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면서 살고 싶다. 끊임없는 탐구와 열정으로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경험하고 죽는 그날까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면서 가고 싶다.  

죽는 그날까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면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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