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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Oct 17. 2022

가고싶다, 산티아고 순례길

100일 글쓰기(18일차)_여행

1990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복학을 앞두고 유럽배낭여행을 떠났다. 장장 한달 반이라는 기간동안 유럽 여라 나라를 커다란 배낭 하나와 A4용지에 꼼꼼히 메모한 일정계획을 가지고 무작정 떠난 것이다. 무슨 용기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해외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해외여행 완전자유화는 1989년1월에 시행되어 누구나 원하면 해외여행을 갈 수가 있게 되었다.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이 들으면 뭔 소리인가 하겠지만 그 전에는 해외에 선별적으로 국가의 허락은 받은 경우에만 비행기를 탈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24살 청년은 45일 동안 대부분 낯선 유럽에서 유스호스텔에서 묵기도 했고 때로는 기차안에서 잠을 자면서 그리고 아주 가끔은 호텔에서 잠을 자면서 청춘의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복학을 앞두고 유럽배낭여행을 떠났다.


대학시절의 유럽배낭여행은 내 삶의 범위를 넓혀 주었다. 이후의 해외여행을 통해서도 그렇고, 미국 어학연수나 아프리카 해외근무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만도 했을 텐데,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 다만 새로운 곳에 대한 도전과 모험이 그렇게 재미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반대 급부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돌도 안된 큰 애를 데리고 미국에 간 거나, 둘째 애 때는 돌잔치도 못해주고 혼자 아프리카에서 근무를 했다. 이런 나의 해외 생활은 아마도 나의 천주교 세례명과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나의 세례명은 '크리스토 폴' 이다. 크리스토 폴은 여행자의 수호 성인이다. 내가 직접 찾아서 지었는지 모친의 추천으로 지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되지는 않지만 '여행'과 '나'와 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내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800km의 길을 한달 반 일정으로 걷는 프로그램이다. 퇴직하면 꼭 가고 싶다고 해서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은 항목이다. 그 길을 도전하기 위해서 한달전에 몸풀기 트레킹으로 선택한 것이 400km 제주도 올레 길이었다. 지난 9월달 한달내내 발에 물집이 잡혀가면서 제주 올레 길을 완주했다. 처음 생각보다는 힘들다는 것을 올리길 걷는 내내 느꼈다. 아마도 바로 산티아고를 도전했으면 벌써 포기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나마 제주 올레 길을 통해서 힘들었지만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산티아고 순례길도 잘 하면 완주를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은 많이 힘들겠구나 라는 현실적인 두려움 내지는 어려움이 있을 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집에서는 '산티아고'는 가지말라고 반대하고 있다. 팔백키로의 순례길을 걷는 것 보다 아내를 설득 하는게 더 어렵다. 빨리 방법을 찾아야 겠다. 

팔백키로의 순례길을 걷는 것 보다 아내를 설득 하는게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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