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등산 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Oct 21. 2022

나는 '배낭'이다

100일 글쓰기(24일 차)_묘사

나는 주인님과 함께 한지가 거의 10년이 다 돼간다. 주인님이 전 직장 등산동호회에서 공동 구매할 때 간택되어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나는 ‘밀레’라는 등산용품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32리터짜리 하늘색 배낭이다. 사시사철 아무 때나 인근 산행을 하기에는 나만큼 좋은 사이즈가 없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최적의 사이즈는 바로 나 같은 크기의 배낭이다. 물론 누님들이 들고 다니기에는 좀 크기만 형님들 용으로는 최고이다. 허리에는 스펀지로 보강되어 무게를 허리 전체에 분포시켜서 어깨끈에 무리가 가는 것을 최소화해주고 등짝에는 메시로 되어있어 땀이 많이 나도 쉽게 통풍이 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나는 주인님과 함께 한지가 거의 10년이 다 돼간다.


앞쪽에는 커다란 지퍼가 달린 반달형의 주머니가 있어서 보통 등산용 매트와 쓰레기를 담기 위한 비닐봉지, 그리고 물티슈를 담는다.  위쪽 배낭 덮개에도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있어서 선글라스, 선크림, 헤드랜턴, 장갑, 머프가 담긴 파우치와 비올 때 사용하는 배낭용 레인커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2개의 주머니 외에 배낭 양쪽으로 용품을 꽂을 수 있는 탄력 있는 사이드 메시 주머니가 있어 주로 왼쪽에는 ‘블랙다이아모드’ 사의 Z형 등산용 스틱을 검은색 케이스에 담아 꽂고, 오른쪽에는 600 ml 정도 되는 물통을 케이스에 담아 꽂고 다닌다. 추가적으로 오른쪽 에는 주황색 손잡이가 달린 쓰레기 집게도 항상 함께 한다.  


외관에 보이는 수납공간 외에도 오른쪽 어깨 끈에 스마트폰 케이스가 달려있어 스마트폰과 함께 신분증과 현금을 비상금으로 넣고 다닌다. 그리고 왼쪽 어깨 끈에는 생수를 달고 다닐 수 있는 액세서리가 달려있기는 한데 거의 사용을 안 하고 대신 산행 시에 힘들면 손가락을 걸어 지탱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배낭 안에는 보통 2개의 검은색 디펙(Depack)을 넣고 다닌다. 디펙은 나의 외관 몸매를 좌우 발란스 있게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그 안에는 도시락, 음료수, 과일 등의 먹을 것들과 하산 후에 갈아입을 여벌 옷을 넣고 다닌다.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꽤나 많은 것을 넣고 주인님과 함께 매주 전국의 산을 다녀서 너무 좋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주인님께 한마디 하고 싶다.  


"제발, 분기에 한번 정도는 씻겨 주고  
산에서 나를 아무 곳에나 내 팽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 정상에서 마시는 유산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