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등산 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Oct 14. 2022

산 정상에서 마시는 유산균

100일 글쓰기(17일 차)_술

건강을 위해서 주말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산림 비율은 전 세계 4위이다. 2015년 국가살림 조사 연구에 따르면 국토의 63.2%가 산림지역이다. 그만큼 산의 분포가 전국에 거쳐서 넓게 퍼져 있다. 산꾼들은 배낭에 항상 막걸리를 챙겨서 산행을 한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서 산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퇴근길에 대폿집에서 마시는 것과는 비교도 안된다. 거기다가 뜨거운 여름날에 꽁꽁 얼린 막걸리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18년 3월부터 자연공원법이 개정되어서 산에서 음주 시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정확하게 보자면 자연공원(국립, 군립, 도립공원) 내 대피소 및 탐방로, 산 정상 지점 등 공원관리청이 공고하는 지역에 한해 음주가 금지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산행할 때 음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이다.

산에서 음주 시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산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자제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 정상에서 마시는 한잔의 막걸리, 아니 나는 보통 유산균(막걸리 1병에는 700~800억마리의 유산균 함량, 요구르트 1병의 100배 정도)이라고 말한다. 산 정상에 올라 마시는 유산균 한잔의 행복마저도 뺏아 버린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동안 산꾼들의 과도한 음주와 자연훼손으로 인하여 그러한 법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은 된다. 하지만 소시민의 조그마한 행복마저도 앗아 간다는 것은 너무하다. 자연공원법이 시행되고 나서 벌써 4년이 흘렀다. 아직까지도 국립공원 관리인이나 산림 보안 관등이 단속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서상 너무 가혹하게 법을 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단풍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빨간 단풍나무들이 온 산을 뒤덮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여기저기 등산 동호회에서 찍은 단풍사진들이 인터넷에 도배가 되고 있다. 나는 이번 주에는 광교산, 다음 주는 민둥산, 북한산 산행이 계획되어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산만큼 좋은 취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마음까지 맞는 친구들과 자연에서 함께 하는 즐거움은 현대인에게 있어서 행복, 그 자체인 것이다. 나름 법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범시민이기는 하지만 이번 산행에도 나는 막걸리 한 병을 냉장실에 다섯 시간 정도 얼렸다가 새벽에 꺼내서 배낭 깊숙이 찔러 넣고 범법 행위를 엿볼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온 마트에서 파는 먹태까지 챙겨 가면 더욱 좋겠다. 나는 산에서 술을 마시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유산균을 마시려고 하는 것이다. 

산에서 술을 마시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유산균을 마시려고 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장에 가면, 수락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