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인간적 예의(영화_욕창)

100일 글쓰기(37일 차)

by 소채

서초 반포도서관에서 11월 첫 번째 상영된 영화는 심혜정 감독의 <욕창, 2020.7 개봉>이다. 퇴직 공무원인 창식은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길순을 집에서 돌보던 중에 욕창이 생긴 것을 발견하면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보이지 않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연급 들이 눈에 익은 배우들은 아니었지만 '참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방송이나 영화에서는 낯설지만 연극계에서는 쟁쟁한 관록 있는 배우들이었다. 특히 딸 강지수 역할을 맡은 김도영 배우는 몇 해전 개봉된 '82년생 김지영(정유미, 공유 주연, 2019.10 개봉)'을 감독하기도 했다. 영화 속의 딸인 강지수는 감독의 '페르소나' 로서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 속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11월 첫 번째 상영된 영화는 심혜정 감독의 <욕창, 2020.7 개봉>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퇴직 공무원인 강창식(김종구 배우)과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나길순(전국향 배우)의 집에 간병인으로 들어와 같이 살고 있는 조선족 불법체류자 신분의 유수옥(강 여심 배우) 그리고 주말마다 모친의 병간호를 위해 방문하는 딸 강지수(김도영 배우)가 주연이다. 거기다가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큰아들 강문수(김재록 배우)와 그의 아내 이지영(권미아 배우)이 등장한다. 창식은 본인이 아내의 병시중을 직접 하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으로 보내기를 반대한다. 죽을 때까지 살던 집에서 죽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현실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쉽게 요양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을 낯선 곳에서 보내지 않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인 것이다.


병들어 있는 엄마는 점차 가족과의 소통이 어려워지지만 마지막까지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본인의 눈물과 힘들어하는 딸의 머리를 힘겹게 쓰다듬는 손길로 표현하다가 마침내는 침대에서 떨어지는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하지만 결국 주위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느 누구도 말을 걸지 않고 점차 없는 사람처럼 서서히 잊힌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간병인 수옥은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위장 결혼을 통해 합법적인 비자를 받으려고 하는 수옥에게 창식은 본인과의 결혼을 제안하면서 영화는 클라이 막스로 이어진다. 딸은 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평소 가지고 있던 보이지 않는 상처가 폭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식들은 아버지 창식을 향해 '인간적 예의'까지 운운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영화 관람을 주관한 서울영상위원회에서 감독을 직접 초청하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도서관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영화관'이다 보니 관객이 10명도 채 안되었지만 행사는 조촐하게 시작되고 직접 감독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감독은 또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의견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배우들을 섭외하는 과정은 어떠했나요?" " 영화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시나리오 상에 딸의 역할은 혹시 감독님의 경험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요?" 등의 질문들이 이어졌고 감독의 차분하고 성의 있는 답변들이 오갔다. 미술을 전공했던 감독은 39살의 나이에 새롭게 영화판에 뛰어들어 그녀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그녀의 열정이 대단하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과연 몇 명이나 이 영화를 관람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2년간 관람객 수를 인터넷에 조회해 보니 1,651명 밖에 되지 않았고 그동안 심혜정 감독이 개봉한 영화는 10편 정도가 되었다. 흥행면에서 는 왠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감독님에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힘내시라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노령화 사회가 된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노인의 돌봄'에 대한 주제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잇슈이다. 물론 독립영화이다 보니 상영관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시청이 가능하다. 영화 '욕창'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조만간에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영화 '욕창'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조만간에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욕창'이라는 병은 초기에는 잘 모르지만 어느 순간 겉으로 드러나는 병이다.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상처들도 곪아 가다가 어느 순간에서야 겉으로 드러난다. 영화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의 상처까지도 '욕창'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 영화 제목을 설명하는 감독의 답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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