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성찰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Nov 15. 2022

만성 비염 환자

100일 글쓰기(50일 차)

어린 시절 아버지와 거실에서 TV 보다 보면 어느새 '드르렁, 드르렁' 소리와 함께 부친은 주무시고 계셨다. 아니, 주무시려면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면 될 텐데 굳이 거실에서 왜 그러실까 하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거기다가 왜 코까지 그렇게 고실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의 '나' 도 그렇고 '어머니'도 코를 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친의 코골이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넘어왔다.  중년의 나이가 되자 점점 심해지는 비염과 코골이는 결국 아내가 침실에서 거실로 잠자리를 이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신혼초에야 코 고는 정도도 약하고 그나마 '사랑의 힘'으로 버텼겠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잠자는 시간대도 다르고 일어나는 시간대도 다르다 보니 차라리 각자 편한 대로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비염과 코골이를 줄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1년 전쯤 어느 날 왼쪽 귀에 난청이 찾아왔다.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안 들리는 것이었다. 회사 업무 회의 때에도 상대방의 말소리가 안 들리고 전화 통화도 하기 힘들었다. 평소 매주 등산을 통해서 나름 열심히 운동도 하고 살도 빼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상황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일상생활 하기도 힘들었다. 오후 늦게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에 방문해서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 상담을 해보니 귀와 코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관)이 부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약 먹고 푹 쉬면 좋아진다"는 의사의 말에 일단 안심은 했지만 평소 만성비염과 코골이가 있었던 터라 방문한 김에 코골이 상담을 했다. 의사는 코골이 수술을 하면 어느 정도 좋아진다고는 하는데 왠지 '어느 정도'라는 말 때문인지  '코골이 수술'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침 독서 밴드에 가입하고 열심히 책을 읽던 시기인지라 책을 구입하러 서점에 방문한 김에 건강 코너에서  '코골이' 관련 책을 찾아서  밤새 책을 읽고 책에 소개된 코골이 개선을 위한 유튜브 영상과 추천책들도 찾아서 거의 일주일 동안 꼼꼼히 학습을 했다. 그러고 나서 내린 나의 결론은 2가지였다. 몸의 건강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것과 코골이와 비염을 개선하기 위해서 '한방 침'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평생을 고기 없으면 밥을 안 먹던 내가 '채식'을 천명하고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도 힘들었고 '침'이라면 평생 맞아본 적도 없고 한의원 근처도 안 가본 내가 '침'으로 코골이를 잡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몸의 건강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것과
코골이와 비염을 개선하기 위해서 '한방 침'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벌써 1년간 채식을 유지하다 보니 몸무게가 10kg 정도 빠지고 신진대사가 좋아졌다. 당연히 체중이 빠지니 코골이도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코골이 치료 전문 한의원인 '코숨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 '코'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최근까지 거의 매일 코골이 확인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서  자는 동안 몇 시간 정도 코를 골았는지를 확인한다. 초창기에 50% 수준에서 요즘은 10% 수준대로 떨어졌다. '코'의 건강을 위해 한의사가 주장하는 것은 "숨은 코로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입으로 쉬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잠자는 동안 입으로 쉬면 목이 상하고 몸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입으로 숨 쉬는 것을 막기 위해 '코숨 테이프'를 활용한다. 테이프를 입에 붙이고 다음날 일어나면 머리가 맑다. 초창기 테이프를 붙이고 자면 식구들이 '그게 뭐냐' 면서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식구 모두가 잘 때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잔다.


초기에는 한의원에 매주 방문하던 것을 이제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방문을 한다. 벌써 16번째 방문을 해서 나름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딸에게 한의원 치료를 권하고 있다. 딸은 나보다도 심한 비염이 있어서 아침마다 코가 막혀서 힘들어한다. 그 심정을 내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에 안타까워서 빨리 치료가 되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한의원에서 비염을 치료한다고 할때 의구심이 들었던 것처럼 딸내미도 반신반의한다. 지난달에 겨우겨우 설득해서 1회 방문을 했다. 여자 한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서 나름 신뢰가 쌓이는 눈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아침마다 열심히 출근을 하는 딸내미에게  아침마다 상쾌한 공기를 맘껏 마실수 있도록 코를 '뻥' 뚫어 주었으면 좋겠다.

딸내미에게  아침마다 상쾌한 공기를 맘껏 마실수 있도록
코를 '뻥' 뚫어 주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장점 50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