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시어머니의 일상은 나의 어머니(강여사)의 이야기 이면서 모든 사람들의 미래의 살아있는 모습니다. 특히 각각의 에피소드는 나와 모친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작가 및 작품 소개]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유정 작가의 두 번째 책으로 2021년, 경남 통영에 있는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그녀는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시어머니와 참여하면서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고 아흔 살이 넘어서도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시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노년의 풍경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저자의 첫 번째 책으로는 본인의 일상을 풀어쓴 <제주에서 크는 아이, 2015, 장천>가 있다.
[줄거리/주요 내용 요약]
아흔 살의 봉여사의 일상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눠지고 각각의 요일에 열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총 66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연결되기도 하고 별도의 이야기로 전개되기도 한다. 두 번의 결혼 후에 사별한 지 오래된 봉여사는 아흔의 나이에도 경로당에 매일 출근하고 또래 노인들과 체험학습도 다니고 때로는 부침개에 고스톱도 치면서 하루하루를 주변과 함께 활기차게 지낸다. 나이가 많아 치매 걱정도 하고 노화를 느끼기도 하지만 아들이 내준 글쓰기 숙제도 열심히 하고 취미생활로 그림도 그린다. 승부욕이 강해서 티브이에서는 축구경기를 즐기는 열혈 축구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아들이 걱정하는 '떴다방'에서 아들을 위한 냉동 팬티를 충동구매하기도 한다.
[발췌 및 해석]
이렇게 손을 잡으며 사람 온기를 나누어 주는데 어찌 안 반가 울 수가 있나요. '얼굴 보여 주는 게 제일 큰 선물이지. 아무렴' (p109)
☞ 나이가 들어 외로워지면 주변의 사람이나 자식들이 직접 대면해주는 것만큼 즐겁해 해주는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 된 도리로서 반성이 들게 만드는 문장이다. '씨월드'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는 며느리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그녀들의 부모님들도 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생기를 가진 것과 따스한 살 부대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아들과 며느리 품에 안긴 이때만큼은 아흔 봉 여사도 아홉 살 어린 날로 돌아가 어머니 품에 안긴 듯합니다. (p227)
☞ 자녀들이 어릴 때 유치원이나 학교에 등하교를 하게 되면 부모들은 자녀들을 꼭 안아주곤 한다. 하지만 자녀가 성장하고 나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성장한 자녀들은 슬금슬금 부모를 피한다. 슬픈 일이다. 늙어가는 부모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자녀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고 호랑이야. 너무 야박하게 이 힘없는 늙은이한테 그러지 말아. 너도 늙어 보면 할 거다. 인생이 강물같이 흘러 버리면 이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만다는 걸 (p256)
☞ 아들이 내준 글쓰기 숙제를 열심히 하는 봉여사.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주는 봉여사의 글쓰기 글이다. 그 무섭고 사나운 호랑이에게도 나이가 들면 이빨이 빠지고 힘이 없어진다. 호랑이가 그러할 건데 부모는 오직 하겠는가. 봉여사의 글에 빵 터지고 말았지만 왠지 인생의 노후에 생각이 이어지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전체 느낌/추천대상/추천 이유]
나의 케렌시아인 강화도에 갔다가 우연히 들른 '국자와 주걱'이라는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 모친이 생각나서 고른 책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봉여사와 아들의 이야기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닌 나의 가족의 이야기이고 곧 미래의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친에게 낭독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갖고 본가에 찾아가서 2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읽어 드렸다. 어린 시절 모친이 나에게 읽어주던 동화책 읽는 모습이 떠올라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 매일 아침 에피소드를 한 개씩 낭독해서 보내드리면 어떻까 하는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올해 8월부터 매일 아침 출근 전에 3~5분 정도의 낭독을 녹음해서 카카오 톡으로 아침 문안인사와 함께 보내기 시작한 것이 벌써 마지막 회차가 되었다. 차가워지는 날씨에 갑자기 생각나는 부모가 있는 자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혹시 당신의 목소리로 한두 개 정도 낭독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한번 깜짝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