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족 친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Nov 20. 2022

큰 이모 딸의 초대

100일 글쓰기(54일 차)_주말 풍경

며칠 전에 매제(이종사촌 여동생의 남편)로 부터 토요일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다. 사촌여동생네는 겨울에 항상 '대방어'를 먹는다고 모친과 내 가족을 초대를 한 것이다. 외부 식당에서 먹는 것도 아니고 회를 떠와서 집에서 챙겨서 먹는다는 건 귀찮을 만도 할 텐데, 미안한 생각도 들고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날짜는 다가오는 토요일이라서 다른 일정을 모두 미루고 참석을 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참석여부를 확인해보니 어쩐 일로 아내와 아들은 참석을 한다고 하고 딸은 약속이 있어서 참석이 어렵다고 한다. 사전 준비를 위해 사촌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참석인원을 알려주었다. "참석인원 4명 (모친, 나, 아내, 아들)."  그쪽 식구까지 하면 총 7명이 토요일 점심식사를 평촌에 있는 동생의 아파트에서 하기로 약속을 했다.

겨울에 항상 '대방어'를 먹는다고
모친과 내 가족을 초대를 한 것이다.


약속을 하고 하루가 지나고 아내는 갑자기 안 가겠다고 한다.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데리고 갈 수도 없어서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참석인원 3명(모친, 나, 아들)."  벌서 음식들을 준비했을 텐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 속으로는 조금 짜증이 났다. 토요일 아침이 돼서 아들이 아내에게 안 가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전날 내가 다른 일로 아들에게 잔소리를 좀 했던 게 원인이다. 그렇다고 약속을 갑자기 취소를 하다니, 속이 뒤집어졌지만 꾹 참고 다시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참석인원 2명(모친, 나)." 갑자기 짜증이 밀려오면서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게 오십 대 가장의 현실인 걸 어찌하겠는가. 마음을 추스르고 약속시간에 맞춰 지하철역에서 모친을 만나 여동생의 집을 찾아갔다.


토요일 아침 일찍 매제가 횟집에서 퍼덕거리는 대방어의 동영상을 보내왔었다. 식탁에 놓인 접시에는 아침에 보내온 동영상처럼 파닥파닥 동해의 바다에서 갓 잡아온 것 같은 빨갔고 하얀 생선회가 올려졌다. 잘 삶아 놓은 피문어와 자연산 멍게도 있었다. 평소 문어는 질겨서 잘 안 먹었는데, 문어의 식감이 너무 부드럽고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역시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피문어는 돌문어와는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냉장고에는 조카를 위해 준비했다는 캔맥주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병들이 하나 가득 들어있다. 멋지게 생긴 스텔라 맥주잔에 소주, 맥주와 얼음 두 덩이를 거품 가득 채워서 건배를 했다. "강여사의 건강을 위해서~"  아파트 베란다 너머에는 정오의 가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7명분의 음식을 5명이서 먹다 보니 너무 푸짐하게 먹었다.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말에 손사례를 치고 모친과 나는 지하철로 향했다.   

아파트 베란다 너머에는
정오의 가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