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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Dec 11. 2022

자전거, 그리고 연수

100일 글쓰기(75일 차)

빛바랜 흑백사진 중에 세발자전거를 타던 동네 형을 처다보는 꼬맹이때 사진이 있다. 약간 인상을 쓰고 있는 걸로 봐서는 잘난척 하며 타는 동네 형이 부럽기도 하고 짜증도 난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이는 세 내 살 정도로 보이고 바지 앞쪽이 두툼한 걸로 봐서 아마도 기저귀를 안에 차고 멜빵바지를 입을 걸로 보인다. 그 당시에는 세발자전거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꼬맹이는 얼마지나지 않아 세발자전거를 탔고  조금 더 커서는 두 발 자전거로 바꾸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모친은 자전거를 뒤에서 붙잡아 주면서 아들이 자전거를 배울수 있게 도와 주었다. 페달을 밟다가 이리 자빠지고 저리 자빠지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자전거를  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배운 자전거로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밤늦도록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는 주로 자전거가 나의 교통수단 이자 놀이기구였다.


학창 시절에는 주로 자전거가 나의 교통수단 이자 놀이기구였다.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자동차 면허를 취득하고 나서는 더 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개인 교통수단이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바뀌었다. 부친은 시간 날 때마다 왕초보 운전자인 나를 데리고 시 외곽으로 나가서 도로를 운행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주차 연습도 시켜주었다.  


가끔 운전연습 중에 욕을 얻어먹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나름 교통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모범 운전자로 양성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이동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튼튼한 다리만을 사용했지만 어느 날 자전거가 나의 두발이 되어 주었고 성인 되어서는 자동차가 자전거를 대신했다. 걷는 것도 사실 부모님의 응원을 통해서 시작했으니 내 경험 속의 모든 이동수단 활용방법은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녀들을 출산하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울 시기가 되었다. 다행이고 큰 애(아들)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두 발 자전거를 무사히 배웠다. 물론 내가 뒤에서 잡아주고 뒤뚱뒤뚱하다가 무르팍도 몇 번 까지고 나서야 제대로 자전거를 탈 수가 있었다.  작은 애(딸)는 몇 번 배우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성인이 된 아직까지도 딸내미는 자전거를 못 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조금 더 우겨서 억지로라도 가르쳤으면 충분히 배울 수도 있었을 텐데 중간에 그만둔 게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두 자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직장인이 되어 자전거 탈 일이 거의 없다. 아파트에 보관하던 아들의 자전거도 어느 순간 없어지고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들은 20살이 될 때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했고 사설 불법 운전연수를 받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운전석에 아들을 태우고 나는 조수석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아들의 운전연수에 동참했다. 가끔은 조수석에 앉은 나의 오른쪽 발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성질을 꾹꾹 참으며 애써 침착한 척한다.


방배동 집에서 한남대교를 지나고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해서 아들이 근무하는 종로에 있는 회사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사히 시내 연수를 했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로 휘발유 넣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부친이 나에게 알려준 자동차 연수는 다시 아들에게 전수되었다. 또 세월이 지나면 아들은 그의 자녀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고 자동차를 연수시켜줄 것이다. 갑자기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우던 시절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부친이 나에게 알려준 자동차 연수는 다시 아들에게 전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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