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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Dec 18. 2022

한겨울에 실내수영장

100일 글쓰기(82일 차)

주말에 갑자기 딸아이가 실내수영장을 같이 가겠느냐고 물어온다. 본인은 이번 달부터 회사 근처에 수영강습을 신청해서 퇴근 후에 수영을 하고 오는데 주말에는 공짜로 자유수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오랜만에 딸과 함께 한다는  기쁜 마음으로 '딸바보 아빠'가 되기로 했다.


근데 오랜만에 방문하는 것이다 보니 내 실내 수영복, 물안경, 수영모를 찾느라고 한참을 시간을 소모하고 나서야 겨우 수영 물품을 챙겼다. 예전에는 내가 딸이건 아들이건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갔는데, 오늘은 왠지 딸아이가 아빠를 챙겨서 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마치 딸이 나랑 놀아주려고 일부러 시간을 낸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주말에 갑자기 딸아이가
실내수영장을 같이 가겠느냐고 물어온다.


내 친인척 중에서 현재 수영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나의 모친이다. 한 시간 동안 수영장에 있으면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수영을 한다. 보통은 '접 배 평자(접형-배형-평형-자유형)'를 반복한다. 수영장 끝에 터치를 할 때도 손으로 하지 않고 거의 다 와서 몸을 텀블링하여 발로 벽을 차면서 터치를 한다.


모친은 젊은 시절 몸이 약해서 수영을 배우셨고 꾸준히 수영을 해서 칠순의 나이에도 건강을 유지하신다. 심지어 사우나에 가셔서 냉탕에서 수영을 하신다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모친의 말씀을 빌어). 그래서인지 내가 6살 때 남산 어린이 회관 수영장 강습에 나를 등록시키셨다. 나의 수영 조기학습은 다시 나의 자녀들에게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아들도 딸도 모두 수영을 잘한다. 내가 여태 살면서 잘한 일 중에 하나이다.   




하얀색 물살을 가르면서 바다 위의 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듯 나아가는 나를 상상한다. 마치 얼마 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자주 등장하는 범고래처럼 말이다. 하지만 25m 실내수영장을 자유형으로 딱 한번 헤엄쳤을 뿐인데 숨이 헉헉거린다.팔의 모양도 갈매기 모양으로 꺾어서 새끼손가락부터 수면 위로 올랐다가 쭉 펴서 엄지 손가락부터 입수를 시켜야 하는데,  잘 안된다.


물장구도 허벅지로 손동작과 발란스를 맞춰 가면서 아래위로 흔들어야 하는데, 자꾸 스텝이 꼬인다. 더군다나 호흡까지 '음파, 음파'가 잘 안돼서 호흡이 가빠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물 위에 떠서 가긴 간다. 거의 몇 년 만에 와보는 실내수영장에서 몸이 수영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이참에 나도 수영강습을 질러, 말아'를 고민하면서 딸과의 추억을 새로 만들었다.

 실내수영장에서 몸이 수영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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