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Nov 27. 2022

튀김 덮밥(텐동, 일본 가정식)

100일 글쓰기(61일 차)_처음

일요일 오후는 많은 사람들이 온몸의 긴장을 풀고 두 다리 쭉 뻗고 소파에 축 쳐진 채로 멍하니 텔레비젼의 웅웅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보낸다. 한주를 맞이하기 전에 일종의 의식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강남에 있는 요리학원에 간다. 그것도 일요일 오후 두 시에 시작해서 저녁 여섯 시가 지나야 끝나는 4시간짜리 '일본 가정식' 강좌이다. 특히 이번 주는 무지 힘든 컨디션으로 무지 힘든 요리를 배웠다. 생전 처음으로 배워본 '모둠 튀김 덮밥'은 일본식 발음으로는 '텐동'이라고 한다. 전날은 등산 동호회 송년회라서 하루 종일 청계산 등반을 하고 저녁식사, 음주, 노래방까지 저녁 11시가 돼서야 귀가했다. 거기다가 오전에는 고등학교 스크린 골프 모임이 있어서 참석하고 났더니 그냥 요리강좌를 땡땡이치고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생전 처음으로 배워본 '모둠 튀김 덮밥'은
일본식 발음으로는 '텐동'이라고 한다.


작년에 퇴직을 대비해서 '삼식이 탈출'을 목표로 주말에 요리강좌를 신청한 것이 계기가 돼서 '한식기초', '종합 기초', '국&밥 만들기'를 수강하고 4번째 요리 강좌로 '일본 가정식'을 수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일종의 나의 취미생활이 돼버렸다. 하지만 늘 먹던 한식과 일식은 조리법이나 소스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한식보다 더 어려운 느낌이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오늘은 4개의 요리(덴동_모둠 튀김 덮밥, 자완무시_계란찜, 토마토 스크램블, 유자무 초절임)를 만들다 보니 평소보다 더 정신이 없다. 시간이 부족해서 두 가지 요리를 섞어서 진행하다 보니 어떤 식재료가 어떤 요리에 들어가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메모하고 머리로 순서를 외운다. 그리고 따라 한다.  


텐동(모둠 튀김 덮밥)은 크게 (1) 가쓰오 다시(참다랑어) 육수 만들기, (2) 튀김 식재료 다듬기, (3) 수란(계란 반숙) 만들기, (4) 튀김 소스 만들기, (5) 쯔유(밥 비벼먹을 일본식 만능간장) 만들기, (6) 튀김가루 입혀서 기름에 튀기기 순서로 진행이 된다. 모든 식재료와 기본양념 및 소스는 학원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요리 선생님의 시연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간단한 요리는 그런대로 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들어지는데 오늘 같이 절차가 복잡한 요리는 하다 보면 뭔가 소스가 빠지고 조리순서가 바뀌고 한다. 그래도 어렵사리 튀겨낸 튀김들을 갓 지은 밥 위에 올리고 '송송'썬 실파와 날치알, 그리고 수란을 곁들여 집에 가지고 갈 용기에 담아 놓으니 그러 싸 하게 보인다. 사진을 찍어 '가족 톡방'에 올리니 바로 회신이 온다. "배고파, 얼른 와요~^^"

사진을 찍어 '가족 톡방'에 올리니 바로 회신이 온다.
 "배고파, 얼른 와요~^^"
매거진의 이전글 삼겹살, 이젠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