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불면증이 각성이라고(독서토론_잠)

100일 글쓰기(67일 차)

by 소채

지난달(11월) 인터넷 독서 동호회의 함께 읽는 '책'선정은 전과는 다르게 책대신 '작가'를 선정하고 그 작가의 책중에 하나를 읽는 것으로 정해졌다. 작가는 일본인 '무라카미 하루키' 로 선정이 되었다. 물론 회원들에게 강제사항은 아니었다. 회원들은 다른 책들을 읽고 독서인증을 해도 무방하지만 함께 하면 나름 공동의 관심사가 있기에 더 흥미롭기도 하다. 하루키의 여러 가지 작품들을 읽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온라인상에 올라온다. 작가의 대표작은 <상실의 시대(1987년>,<태엽 감는 새(1994년)>, < 해변의 카프카(2005년)>이며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도교 기담집>,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IQ84>, <먼 북소리>, <우천 염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이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해변의 카프카(장편소설)>와 <TV피플(단편소설집)>을 읽었고 단편소설 중에 하나인 <잠>이라는 단편소설로 동호회에서 '독서토론'을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잠>이라는 단편소설은 단행본으로도 출간이 되어 있었고 몇몇 회원은 단행본을 읽고 독서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줄거리는 치과의사의 아내이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지내온 여주인공은 여대생 때 한 달 동안 잠을 못 이룬 경험을 했고 현재는 17일째 잠을 못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잠을 못 이루는 동안에 평소 하던 수영도 더 열심히 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독서도 하게 되었다. 평소 마시지 않던 술과 쵸코렛도 음미하면서 불면의 잠을 스스로 즐기고 가끔 심야에 홀로 자신의 혼다 시티 차량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소설의 끝에는 심야의 항구 주차장에서 괴한들을 만나게 된다.

단편소설 중에 하나인 '잠'이라는 단편소설로
동호회에서 '독서토론'을 하기로 했다.


독서토론은 인왕산 자락의 '더 숲 초소 책방'에서 진행이 되었다. 이곳은 요즘 SNS에서 핫한 '전망 좋은 북카페'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도착을 해보니 걱정했던 대로 건물 안에는 독서토론을 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다행히 2층 테라스에 테이블마다 비닐 텐트가 마련되어 있어서 추운 날씨이지만 그곳을 이용했다. 미리 준비된 발제문을 하나하나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왜 '잠'이라고 했는지, '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주인공이 잠을 못 자는 동안 스스로를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심 안타까운 마음으로 '재워야 하는데, 재워야 하는데'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독서토론에 참여 했던 다른 회원은 자지 않는 것을 '각성'과 기존 가부장적인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여주인공이 심야에 타고 나간 차량인 혼다 시티에 대해서도 나는 단순히 일본 브랜드의 가장 작은 소형차로서 가끔 엔진 시동이 안 걸리는 아주 낡은 중고차 정도로만 인식을 한데 반해서 다른 회원들은 비록 작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여주인공을 위한 특별한 공간, 그녀만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을 했다. 그리고 심야의 항구에서 괴한들이 차량을 흔드는 것을 단순히 발생 가능한 범죄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회원은 여성의 각성에 대한 사회의 저항, 특히 남성 중심의 사회가 그녀를 마구 흔들고 있다고 인식했다. 또한 여주인공이 아무런 대항도 못하고 울고 있는 것은 다시금 과거의 각성이 없는 잠자는 시대로의 회귀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기도 했다. 같은 내용의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고 성에 따라서나 독서량에 따라서도 해석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번 독서토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내용의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고
성에 따라서나 독서량에 따라서도 해석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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