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산토리니 카페

100일 글쓰기(88일 차)_카페

by 소채

아침마다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르면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캡슐에서 커피가 내려진다. 집에 커피머신을 장만하고 나서부터는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줄었다. 밖에서 마시는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사람 만날 일도 줄어들다 보니 카페에 앉아서 분위기 잡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이 한다.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방문하는 카페가 있다. '산토리니 카페'이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한 달 살기'를 세뇌시키면서 방문하는 강화도에 있는 '산토리니 카페'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마을 전체가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처럼 강화도 산토리니 카페의 건물 외관이 마치 그곳의 건물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강화도에 있는 있는
'산토리니 카페'이다.


십여 년 전에 후배가 강화도에 있는 '용궁 횟집'과 '산토리니 카페'를 소개해 주었다. 그 이후로 강화도에 가게 되면 의례 가게 되는 나의 베스트 맛집 코스가 되었다. 전망이 좋은 용궁 회집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게 되면 마치 바다 위에 둥둥 떠서 산해진미를 맛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특히 해가 떨어지는 석양 노을이 바다 위를 비치기라도 하면 감동이 더해진다.


이곳에서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산토리니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와 행복을 추가한다. 강화도 바닷가에 썰물 때가 되면 멀리까지 뻘만 보이지만 이곳 카페 앞 바닷가는 항상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카페 마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얼굴에 스치는 바닷바람과 짠내음을 들이켜면서 마시는 커피는 도심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카페의 주인은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운영을 한다. 남자분은 일선에서 은퇴하셨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거 같고 여자분은 화가 출신이라고 하신 거 같다. 건물 내부 공간에는 강화도의 풍경을 그린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커피도 마시면서 미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인 샘이다. 커피가 담겨 나오는 커피잔들도 하나같이 무슨 작품인 거 같이 고급져 보여서 방문하는 손님의 입장에서 스스로가 고급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코로나 때문인지 몰라도 고급진 잔 대신에 일회용 잔으로 바뀌어서 약간 실망스럽지는 했지만 그래도 난 이곳 '산토리니 카페'가 좋다. 바로 옆에 신생 카페들이 생겨서 가끔은 나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나에겐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오르게 하는 '나를 위한 베스트 카페'이다.


다음달 중순에 새해를 맞이해서 고등학교 친구모임(별장계)에서 어머니들을 모시고 강화도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30여년 전에 기특하게도 대학 축제에 어머님들을 초대해서 캠퍼스 천막에서 함께 막걸리와 파전을 먹던 기억이 있다. 당시 어머님들의 나이가 지금의 우리 나이였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 이후로 모친들을 다시 초대해서 함께 하고 싶었는데 살다 보니 벌써 삼십년이나 지났다.


며칠전 친구 부친상이 있어 장례식장에 방문했다가 인사드린 친구의 모친을 뵙고 더이상 세월을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날짜를 잡고 모친들을 초대하기로 한 것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산토리니 카페'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못 모시고 가지만 강화도 '산토리니 카페'에서 그동안 키워주신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사진: 인터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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