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화양연화' 아니고 '화양연가'

100일 글쓰기(88일 차)

by 소채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한자 사자성어이다. 2000년 중국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영화(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출판사 대표님과의 저녁식사 장소는 '화양연화'가 아니고 '화양연가'이다. 영화제목과 발음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잘 보면 '양고기를 구워 파는 식당'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양갈비 맛집으로 남영동에서는 핫플레이스 이기도 하다.


지난주에 출판사에서 집필을 의뢰받았던 <도로교통안전관리자> 수험서 원고를 출판사에 송부하고 나서 송년회 겸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후배 한 명과 함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맛집이 좋긴 한데, '왜, 하필 고깃집으로 인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채식을 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대표님과의 저녁식사 장소는
'화양연화'가 아니고 '화양연가'이다.


출판사와의 인연은 <운전은 프로처럼 안전은 습관처럼, 2014년>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맺게 되었다. 공들인 노력에 비해서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그때의 인연으로 여태까지 총 5권의 자동차 관련 서적들을 출간했다. 내가 30년 동안 일한 분야가 자동차 분야이고 출판사도 자동차 전문서적을 출판하는 곳이다 보니 어찌 보면 궁합이 잘 맞았다.


내 입장에서는 나를 보고 투자해 준 출판사가 고맙기도 하고 판매량이 적어서 늘 미안한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대표님이 밥 먹자고 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간다. 크게 보면 업계의 선배이자 인생 선배이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같은 '안동 김 씨'에 항렬도 같아서 친척 형님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실제도 대표님의 친형의 존암과 내 이름이 동명이인이기도 해서 가끔 술을 드시면 나에게 농담으로 '형님~'이라고 하시기도 한다.


함께 초대된 후배는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를 했던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이이다. 현장 정비사로 시작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지금은 지방의 자동차 전문대학의 자동차과 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 같은 후배이다. 서울 올라오는 길이 많이 막힌다는 전화를 받고 먼저 양갈비 2인분과 '연태고량주(34%, 250ml)'를 한병 주문했다. 숯불에 고기가 육즙을 뿜어내며 서서히 익었다.


잘 익은 양고기를 노란 카레소스에 찍어 까만 슬라이스 올리브, 빨간 무생채와 함께 토르티야(멕시코식 밀가루전병)에 싸서 먹는 방식이었다. 주저주저하면서 제일 작게 잘린 고기를 넣고 나머지 재료들을 듬뿍 넣고 토르티야에 돌돌 말아서 한입에 넣어서 우물우물 씹었다. 연신 따라주는 고량주는 홀짝홀짝 잘도 받아 마셨다. 고기를 구우면서 탕과 밥도 시켜서 그걸로 허기를 채우고 안주로 대신했다.


조금 늦었지만 후배가 도착해서 옛날 화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던 시골집처럼 양고기 숯불을 지펴놓고 지나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의 사랑하는 후배가 대학으로 옮겨서 자리를 잘 잡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고 부족한 나를 항상 응원해 주시는 출판사 대표님도 너무 고마웠다.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직을 하면 연락이 끊긴다. 아니 서로 불편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극소수 이기는 하지만 어려울 때 더 힘이 되는 인연들도 있기 마련이다. 2022년의 거의 끝자락에 남영동의 '화양연가'에서 함께한 소중한 추억을 깊이 간직하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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