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무뚝뚝한 사랑(영화_작은 새와 돼지 씨)

100일 글쓰기(80일 차)

by 소채

도서관에서 상영되는 올해의 마지막 영화는 <작은 새와 돼지 씨> 이다. 제목이 특이해서 무슨 동물이야기인가 싶었다. 올해 8월에 개봉된 이영화는 김새봄 감독이 본인의 어머니(김춘나, 작은새 역)와 아버지(김종석, 돼지씨역)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했다. 소녀 감성의 작은 새와 흥도 많고 호탕하지만 눈물 많은 돼지 씨는 연애 시절 손 편지로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면서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한다. 30년도 더 지나 보이는 연애편지들은 빛이 바래고 오염되어 있지만 그만큼 세월이 지났음을 이야기해준다. 이제는 어느덧 황혼의 나이가 되어 그림과 글로 인생을 노래한다.



영화는 감독이자 화자인 딸이 어린시절 학예회에 부보님을 초대한 곳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아빠는 스스로를 소개한다. "저는 무용 담당이고, 아내는 노래 담당입니다."라고 말하고 아빠는 환하게 웃으면서 열성을 다해 엄마의 동요에 맞춰 율동을 합니다. 운동회 필름에서는 아빠가 응원단장을 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아빠는 매사에 당당하시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항상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저는 무용 담당이고, 아내는 노래 담당입니다."


체격 좋던 아빠는 이제는 배가 산만큼 나온 노년이 되어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무하면서도 가끔 연습장에 '시'를 써내려 갑니다. 엄마는 도서관 문화센터에서 '그림'과 '붓글씨'를 배우면서 '개인 전시회'까지 개최합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을 만나 한평생을 동네 슈퍼를 운영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그림이 이제는 스스로 '아마추어 예술인'이라 칭합니다.


황혼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취미생활과 배움을 이어가는 엄마(김춘나) 여사의 도전과 나이 들어서도 열심히 새로운 일을 찾아 즐겁게 일을 하는 아빠(돼지 씨)는 전시회에서 작품 설명도 하고 전시회를 보러 온 관람객들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전시회에 함께 온 아빠의 복장은 '경비원' 유니폼이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 할수도 있을텐데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그건 바로 현실이고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배가 나와서 발톱을 온전히 스스로 깍지를 못해 아내에게 부탁한다. 그걸 아내가 조곤조곤 말을 하며 깎아준다. 저녁에 자기 전에는 누워있는 남편의 얼굴을 아내가 가볍게 마사지를 해준다. 예순이 넘은 부부가 사는 모습이 너무 정 다워 보인다. 나의 모친과 고인이 되신 부친이 함께 했던 세월이 오버랩되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라>에서는 팔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이 그려졌다면 이번 <작은 새와 돼지 씨>에서는 육순의 황혼기에 접어든 젊은 노년 부부의 알콩 달콩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항상 이런 종류의 러브 스토리 영화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평소 '그냥 살자, 그냥 살어~'의 주문을 워였던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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