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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an 04. 2023

별 다섯 개 라자냐

100일 글쓰기(99일 차)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말로 내뱉은 것의 차이는 크다. 엊그제 친구들과 올해 목표로 정한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공포한 이후에 참여한 요리강좌 교실은 사뭇 마음가짐이 달랐다. 물론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고, 약간 느낌이 다른 날과는 조금 달랐다. 보통은 요리학원에 가지전까지 학원에서 나눠준 레시피를 들취보지 않지만 오늘은 뭘 만드는지는 알아야겠다는 심산으로 가방에서 요리노트를 꺼내보았다. 


'클래식 라구 라자냐'와 ' 쉬림프 시저 샐러드' 두 종류의 요리를 만들어야 했다. '시저 샐러드'는 가끔 사 먹어 봐서 어느 정도 그 느낌을 알 수 있었는데 '라고 라자냐'는 생소했다. 물론 '라자냐(Lasagna)'는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도 모친과 함께 이태리 식당에서 먹어보긴 했지만 '라구(Ragu)'는 어떤 건지 감이 안 왔다.


학원에 도착해서 재료를 받고 요리선생님의 설명과 시범조리가 진행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요리선생님은 개그코드를 장착한 화려한 말솜씨와 빠른 칼놀림으로 수강생의 혼을 빼놓는다. "요래, 요래 채를 써시고~ 훌러덩, 훌러덩 야채를 볶습니다." 요리 설명을 듣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오고 자꾸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 요리를 배우다 보면 긴장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은 긴장을 풀어주는 말도 가끔 한다. 


"너무 맛있게 만들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요리하나 만든다는 뿌듯함으로 편하게 하세요."  그렇지, 내가 무슨 요리대회 나온 것도 아닌데 편하게 하면 되지. 요리 하나 만들어서 집에 있는 가족들과 한 끼 먹으면 그게 행복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한 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요리를 학원에서 레시피대로 만들어 가면 대체로 만족도가 높다.




냄비에 물을 끓여 식초와 식용유를 넣고 라자냐(3장)를 넣고 10분간 끓인다. 감자와 애호박(주키니)은 슬라이스로 잘라서 팬에 노릇노릇할 때까지 굽고 접시에 냅킨을 깔고 식힌다. 오늘따라 얇게 잘린 감자들에 주위 수강생들이 뭔 남자가 그렇게 이쁘게 감자를 자르냐는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라구소스'를 만들기 위해 마늘과 양당샐(양파, 당근, 샐러드) 3종세트를 다져 놓는다.


핏물을 뺀 다진 소고기를 레드와인을 뿌리고 팬에 잘 익게 지글지글 튀기듯이 굽는다. 여기에 아까 다녀놓은 마늘과 양당셀을 넣고 페이스트, 홀토마토, 파스타 소스, 우유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하나의 소스가 추가된다. 버터, 밀가루로 화이트루(white roux)를 만들고 거기에 우유와  파마산 치즈 가루를 부어 만든  '모르네이(Mornay) 소스'이다.


일회용 알루미늄 포일 도시락에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라자냐 면, 라구소스, 파마산 치즈, 감자, 애호박, 모르네이 소스를 순서대로  차곡차곡 넣는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쌓아 3층 정도를 만들고 오븐으로 직행한다. 180도 정도에서 10분 정도 익힌다. 수강생들의 요리들이 섞일 수 있으니 각자 표시를 하라고 해서 나는 애호박을 십자모양으로 마무리했다. 


오븐에서 꺼내온 오늘의 '클래식 라구 라자냐'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지고 가서 먹을 때까지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요리의 반을 덜어서 맛을 보니 며칠 전에 이태리 식당에서 먹어본 라자냐 보다 맛이 있어서 나는 별 5개를 줬다. 퇴근하고 집에 온 아들도 1/4 덜어 주니 맛있다고 잘도 먹는다. 늦게 퇴근한 딸도 평소에는 늘 '먹을 만하네'를 남발하더니 오늘은 '맛있다'라고 한다. 아니, 이러다 이태리 식당 오픈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다 이태리 식당 오픈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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