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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5. 2022

추억의 고추장 찌개

100일 글쓰기(08일차)_쏘울푸드

나의 쏘울 푸드(Soul Food)는 '고추장찌개'다. 평범한 찌게 이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 어린시절 가족 여행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당시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나의 부친도 먹고살기에 바쁘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여행중 하나는 쌀쌀한 가을 자락 즈음에 부모님과 나, 이렇게 3명이서 어느 강변 텐트 속에서 잠을 잤던 기억이다. 생전 처음 텐트를 접해서 잠자리가 좀 불편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젖치니 강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인상적이었다. 텐트 밖에서는  찌게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칼칼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부친이 손수 만들어 주신 고추장찌개의 칼칼한 냄새와 달짝지근한 맛은 내 몸속에 오감으로 각인되었다.

나의 쏘울 푸드(Soul Food)는 '고추장찌개'다.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고추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딸에게 넌저시 저녁 메뉴로 고추장찌게를 얘기했더니 바로 'OK' 싸인을 했다. '잘 됐다.' 싶었다. 다음날 모친과 새벽 미사를 함께 가기로 했는데 끝나고 모친에게 아침식사로 대접할 요량으로 좀 넉넉히 재료를 준비했다. 부친이 돌아가시고 적적해 하셔서 모친께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요리학원에서 배운 레시피를 꺼내서 쭈욱 훑어 보았다. 그전에도 집에서 몇 번 해보았지만 숙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떠듬떠듬 요리를 만들었다. 정확한 메뉴의 이름은 <감자 고추장 짜글이 찌개>이다. 약간 걸쭉하게 만들고 감자와 양파를 잘게 썰어 넣어서 따뜻한 밥에 살짝 비벼 먹으면 입속에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전해온다.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고추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재료를 준비한다. 감자, 양파, 버섯, 마늘, 대파 잎, 청양고추, 대패삼겹살이 주메뉴이다. 야채를 씻고 가볍게 손실을 해서 쟁반에 담아 놓는다. 소스는 국간장, 액젓, 미림을 사용하고 별도로 참기름, 식용유, 고추장, 고춧가루를 준비한다. 미끄럼 방지 천을 깔고 도마를 올려놓는다. 집에서 주부9단은 미끄럼 방지 천을 사용하지 않지만 '요린이'에게는 필요한 필수품이다. 감자와 양파를 짜글이 용으로 잘게 썰어서 감자는 전분기가 빠지도록 물에 담가 놓는다.대파를 다지고 마늘은 칼등으로 다져 섞어 놓는다. 표고버섯은 소금물에 데쳐 먹기 좋게 자르고 대패 삼겹살도 기름기를 제거하고 잘라 놓는다. 보통은 고기를 안먹지만 오늘은 딸과 모친을 위해 대패 삼겹살을 사용했다.


재료가 준비되어 조리를 시작한다. 약불에서 냄비에 식용유, 참기름, 파, 마늘을 볶다가 고기를 넣고 후추, 소금, 청주를 추가한다. 역시 요리는 불을 잘 사용해야 한다. 전에는 무조건 센불로 음식을 익혔는데 요리학원을 다니고 부터는 약불을 사용한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발전이다. 고기가 익으면 양파, 고춧가루, 고추장, 물을 붓는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강불로 올리고 감자, 버섯, 소스를 넣고 물과 건더기가 1:1 정도 될 때까지 끓이다가 파와 청양고추를 넣는다. 찌개가 마무리 되는 동안 후다닥 조리기구와 접시를 치우고 마지막으로 수라간 최고상궁의 평을 기다린다. 맛은 깔금하지만 약간의 후추가 더 필요하단다. 조촐하지만 추억의 고추장찌개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딸내미도 찌개 맛을 보고 시크하게 한마디 한다.  "먹을만하네"

 "먹을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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