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배우(박 우리 역)는 국내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나의 해방일지, 2022>와 <범죄도시 2, 2022>로 그의 연기력에 푹 빠진 영화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원하게 내뿜는 두 배우들의 명쾌하고도 통쾌한 대사들과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혼자 실없이 웃으면서 넷플릭스 속으로 빠져들었다. 상대역으로 출연한 전종서 배우(함 자영 역)는 <버닝, 2018, 이창동 감독>을 통해 데뷔했다.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손석구 배우와의 케미는 관객을 영화 속에 몰입하게 한다. 이 영화(2021.11 개봉)는 젊은 여성 감독인 정가영 감독의 연출로 한창 코로나로 상영이 어려웠던 시기임에도 60만 관객에게 선보이며 선방을 했다. 여자 홍상수 감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지영 감독은 주로 '연애, 섹스, 술'을 테마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고 이번 영화에서도 3가지가 모두 잘 어우러져 있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33살의 소설 지망생 '박우리'와 팝케스트 프리랜서인 29살의 '함자영'은 데이팅 어플을 통해서 서로의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선섹후사(남녀가 먼저 잠자리를 가진 뒤 사귄다)'의 트렌드가 그대로 스토리에 반영되었다. 둘의 첫 만남, 모텔 엘리베이터에서 약간 순진해 보이는 손석구가 룸키를 거꾸로 쥔 채 "여기 왜 6층까지 밖에 없어...?"라는 대사에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영화 중간중간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에서 계속 웃음이 터진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박 우리',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함 자영'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듣는 이름이다. 하지만 조금만 틀면 박우리는 '빠구리'(섹스의 은어)로 함자영은 '한번 자요'가 된다. 영화의 분위기에 딱 맞는 작명이다.
여주인공의 거침없는 19금 토크가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을 선사한다. "너는 왜 나를 골랐어?"라는 '우리'의 질문에 '자영'은 "제일 성병에 안 걸릴 거 같이 생겨서~"라고 대답한다. 이보다 더 솔직한 대답이 어디 있으랴. 이번엔 반대로 여자 주인공은 남자주인공에게 물어본다. " 여자가 잠자리에서 왜 신음소리를 내는지 아냐?"라는 질문에 상대방을 흘깃 한번 쳐다보고 스스로 대답한다.
"여자의 신음은 흥분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흥분하려고 내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아, 그런 거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의 대사들은 19금인데, 관람은 15세 이상인게 이상할 정도다. 그 외에도 쉴세 없는 '자영'의 솔직한 19금 토크는 이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다.
여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튀어나오는 세고 거침없는 명대사들이 영화 내내 쏟아져 나오지만 내가 가장 기억되는 것은 할머니(김영옥 배우)와의 대화이다. "주인공도 해보고, 엑스트라도 해보고, 조연도 해보고 그렇게 사는 게 재미지"라고 손녀를 위로하듯이 할머니가 혼자말 처럼 말한다.
"주인공도 해보고, 엑스트라도 해보고, 조연도 해보고 그렇게 사는 게 재미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춘남녀들은 모두 본인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사회를 나오지만 어느새 그들은 조연이자 엑스트라 인생임을 자각하고 실망과 좌절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사는 재미란다. 그렇게 살다가 다시 주인공이 될 수 도 있는 삶, 그것이 바로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선섹후사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지영'에게 "너, 너무 보고 싶었어" 라고 고백하고 진짜 연애를 시작한다. 지금 당장 연애가 필요한 나이가 아니더라도 과거의 연애시절을 추억하고자 하시는 분들이나 아직 연애할 나이가 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연애 예방주사 같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