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누가 죄인인가(영화_영웅)

100회 글쓰기(13회차)

by 소채
"나라를 위해 싸운 그들, 과연 누가 죄인인가?"


독립투사 안중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영웅' (2022.12개봉, 윤제균 감독, 정성화, 김고은 주연)의 포스터에 쓰여 있는 문구이자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뮤지컬 가사이기도하다. 이토우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법정에서 본인이 살인범이 아니라 전쟁 중에 적을 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일본인 재판관들은 안중근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한 가슴으로 두 번의 눈물을 흘렸다.


첫 번째는 일본 자객들이 국모인 민비를 살해하고 그녀의 심장을 꺼내는 장면이다. 일본 낭인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조정 여인들의 모습이 분노와 함께 감정이 격해져 눈물이 쏟아졌다. 두 번째는 사형을 구형받은 아들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는 모친(조마리아 역, 나문희 배우)이 아들의 배냇 저고리를 끌어안고 우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끄억끄억 몸까지 들썩였다.


중년의 나이가 되다 보니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몸까지 들썩이면서 감정이 북받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감독은 곳곳에 웃음 요소들을 끼워 넣었다. 조연으로 출연한 조재윤(우덕순 역)과 박진주(마진주 역)의 티격태격하는 모습과 표정에서 관객들은 부담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중일관 근엄한 표정의 주인공역을 맡았던 박성화(안중근 역)도 아내의 금가락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나 '부부는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대사는 내가 뽑은 '베스트 코믹 포인트'이다. 물론 가장 강력한 화면은 영화 초반에 몇몇의 독립군들이 다함께 하얀 눈밭 위에 독립 의지를 다지며 손가락을 절단하고 뚝뚝 떨어지는 새빨간 피로 '대한독립'이라는 글을 태극기에 써넣는 장면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갑자기 남산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내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곳으로 그의 동상과 더불어 커다란 비석이 항상 눈에 띄던 곳이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비석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이제 보니 그 의미가 크다. '見利思義 見危授命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는 글자와 손바닥 도장이 찍혀있다.


'(일신상의) 이익을 당하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함에 처하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삼 심대 초반의 나이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본인의 목숨을 바친, 청년 안중근. 그도 죽음을 앞두고 두렵고 흔들렸을 것이다. 과연 내가 살아온 길은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면 갑자기 내자신이 의기소침해진다. 비록 '견위수명'은 아리더라도 '견리사의' 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일신상의) 이익을 당하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함에 처하면 목숨을 바친다.'

(사진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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