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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an 12. 2023

한식 요리 자격증, 딸 수 있을까

100개 글쓰기(7회차)

인터넷을 뒤져서 책을 한 권 샀다. 소설도 아니고 자기 계발서도 아닌 '한식 조리기능사' 필기 대비용 수험서이다. 학창 시절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수험서 공부를 한 이후에 너무나도 오랜만이다. 수험서도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허긴 꼭 인문학 분야만 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공책도 책이고 수험서도 책이다.

인터넷을 뒤져서 책을 한 권 샀다.


30년 직장생활을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에서,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을 했다. 그러면 최소한 자동차 정비 기능장이나 중고차 성능 평가사 같은 자동차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조언을 할 수도 있다. 솔직히 자동차 기능장 시험을 준비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직접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다.




이년 전,  매일 독서를 시작하고부터 여러 분야의 책을 만났다. 건강 분야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련된 책들도 접하게 되었다. <음식혁명, 존 로빈스>, < 어느 채식의 고백, 존 맥두걸> 은 육식주의자였던 나를 채식주의자로 송두리째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건강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서는 요리사들이 쓴 책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작은 식당, 백종원>,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임지호> ,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고바야시 세카이>를 통해서 요리하는 즐거움과 그들의 음식에 대한 철학,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나는 특히 방랑식객 임지호 요리사를 좋아해서 강화도에 있는 '산당'이라는 식당(지금은 고인이 되서 아내와 자식이 운영중)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끔 방문한다. 그 식당의  요리는 눈으로 먹고 입으로 음미하게 만들어 날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 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은 30년(정확하게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그때쯤)을 위해 '만 시간의 법칙'으로 그들처럼 유명 요리사가 되어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야무진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한하고 맛있는 다양한 음식을 챙겨 먹고자 하는 것이 나의 조그마한 소망이다. 거기다가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내가 직접 음식을 요리해서 주위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갖게 되었다.





퇴직한 남자들을 일컬어 '삼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집에서 아내에게  삼시세끼 밥을 얻어먹는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밥 짓는 것을 못한다. 부엌에 있는 칼을 잡아 본 적도 없다. 에이, 무슨 그게 말이 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당장 아내들이 집을 일주일 남편들은 끼니 걱정부터 한다.


그래서 나는 일 년 전부터 자칭 '삼식이 탈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동네 근처에 있는 요리학원을 등록한 것이다. 주말을 이용해서 강좌에 참가하다 보니 회사 다니면서도 가능했다. 처음 시작할 때야 낯설고 어색 했지만 첫 강좌를 끝내고 나니 재미가 붙어서 다시 다른 강좌를 수강했고 그러다 보니 벌써 5번째 강좌를 참가중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일 배움 카드'를 활용하면 정상 수강료의  삼분의 일 비용으로 배울 수가 있어서 요리도 배우고 식구들 한 끼 식사도 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이제는 요리강좌가 있는 날이면 가족들이 집에서 실습요리를 자연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물론 실습해 본 모든 요리를 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냄비밥도 곧잘 하고 칼질도 익숙해져서 '한식 요리 자격증'을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요리 자격증 취득할 그날을 생각하니 의욕이 불끈불끈 올라온다.

 요리 자격증 취득할 그날을 생각하니 의욕이 불끈불끈 올라온다.
(사진) 요리학원 '브런치 과정' 실습요리(리조토, 토스트, 스파게티, 감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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