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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an 08. 2023

래프팅 말고(철원 한탄강)

100개 글쓰기(3회 차)

서울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경기도 철원군에 한탄강이 있다. 한탄강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의적 임꺽정의 은둔지였다는 고석정과 강에서 하는 액티비티인 래프팅이다. 하지만 오늘 방문은 고석정이나 래프팅이 아닌  '철원 한탄강 주상 절리길'이다. 이곳은 총길이가 3.6km이고 폭은 1.5m의 길로 굽이굽이 내리치는 한탄강의 협곡 위에 만들어진 '잔도'이다.

오늘 방문은 고석정이나 래프팅이 아닌  
'철원 한탄강 주상 절리길'이다.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달아 놓은 듯이 만든 길을 말한다. 전체 구간에는 전망대 3개소, 교량 13개, 전망 쉼터 10개가 있고 잔도의 길이는 1,415m, 데크길은 2,275m로 2018년 시작하여 2021년에 완공되어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다. 최근 철원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등산동호회에서 새해맞이 이벤트로 등산이 아닌 트래킹 코스로 이곳을 선정하고 공지가 게시되었다. 산행은 아니지만 왠지 겨울 한탄강을 볼 요량으로 참석 버튼을 눌렸다. 생각보다 많은 회원들이 신청을 해서 승용차보다는 15인승 현대 솔라티를 렌트하기로 운영진에서 결정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차량 출발지인 사당역 1번 출구로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경기도 광주, 경기도 일산, 경기도 부천, 경기도 과천, 그리고 서울 여기저기서 한 명의 지각도 없이 제시간에 모이고, 제시간에 출발했다. 까만색 15인승 승합차는 전에 백대명산 때 사용하던 것과 차종은 같은데 훨씬 내부인테리어나 뒷 트렁크 공간에 여유가 있어 15명 정원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들머리까지 논스톱으로 이동했다.


전날 폭설로 인해서 한때 관광객의 출입이 통제되었다는 관리인의 말을 들었다. 다행히 오늘은 눈이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서 입장이 가능했다. 워낙 한탄강을 굽이쳐 흐르는 빠른 물살은 주변의 깎아놓은 듯한 절벽들과 어우러져 늘 관광객들에게 국내에서 보기 드문 멋진 풍광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여기다가 하얀 눈으로 온 주위를 덮어놓다 보니 그 광경은 전혀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워낙 날씨가 영하의 기온이고 전날 눈이 내리다 보니 바닥이 미끄러워 도중에 자빠지는 방문객들을 여럿 보았다. 나도 뒤돌아 보다가 미끄러져서 삐끗했지만 다행히 난간을 잡고 창피함은 면했다. 코스 이동중에 일행은 식사 대신에 싸가지고 간 커피와 글루와인으로 몸을 녹이고 간단한 행동식으로 기운을 보충했다.


코스의 들머리(시작)는 순담지역에서 시작해서 약 2시간에 만에  날머리(끝)인 드르니 지역에 도착했다. 보통 3.6km 정도면 평지 기준으로 한 시간이면 이동하는 거리이지만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하다 보니 두 시간가량 소요된 것이다. 참고로 '드르니'라는 말은 '들르다'의 순우리말이고 과거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다가 이 지역을 들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트랭킹을 하는 동안 헉헉 거리는 구간도 없고 땀이 삐질삐질 나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풍광과 더불어 난생처음 걸어본 절벽 위에서의 '잔도' 트래킹은 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힐링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은 느낌이었다. 하얀 추운 겨울의 한탄강 얼음의 중간중간에 굽이치는 강물과  유유히 헤험쳐 가는 오리들의 모습에서 세상이 깨어있음을 감지했다.   

굽이치는 강물과  유유히 헤험쳐 가는 오리들의 모습에서
세상이 깨어있음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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