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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an 15. 2023

주막에 들러

100개 글쓰기(9회차)

'주막' 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겹게 들린다. 스무살의 대학 신입생 시절, 동아리방에서 만나 서로 통성명을 하고 긴 인연의 끈을 맺었다. 누가 제일 먼저 제안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어스터디 그룹을 만들자는 이야기에 다들 좋아라 하고 수업 시작 전에 아침일찍 새벽 영어를 함께 했다. 그렇다고 매일 영어 공부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당구도 같이 치고 여학생들과 미팅도 하고 학교 정문에 있는 '주막'도 자주 갔다. 거기서 생전 처음 먹어본 고갈비(고등어 갈비) 구이 안주는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졸업후에도 몇차례 찾아간 적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을비가 내리치는 오후에 파전과 막거리 생각에 수업을 땡땡이 치고 의기투합해서 친구들과 달려간 주막집은 젊은 청춘들의 아지트이자 케렌시아였다.  




졸업을 하고 운이 좋게 모두 대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당시에 제일 잘나가던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전자에 각각 합격을 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세명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었다기 보다는 워낙 경기가 좋은 시절 때문에 취업도 어렵지 않았던 때였다. 그때로 부터 30년이 지났다.


졸업후에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줄곧 경조사를 함께하고 가족모임도 하면서 서로 힘들때 의지하면서 삼십년을 함께 했다. 몇년 전 부터는 친한 후배들도 합류해서 주기적으로 만나 등산도 하고 스크린 골프도 함께 하고 있다. 토요일 주말을 맞아 산행에 참가해서 헉헉 거리면서 산을 오르는데 친구로 부터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공단의 지역 본부 책임자인 친구의 번개모임 제안이었다.  




등산모임을 급하게 마치고 강남역에 있는 '강남주막'에서 나를 포함해서 세명의 친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식당에는 손님들이 자리를 꽉 메웠다. 물론 대부분 30년전의 우리 또래들이다. 괜시리 우리들로 인해서 식당안의 평균연령이 훅 높이진 느낌이다. 그래도 마음은 늘 청춘이다. 막걸리와 전을 시켜서 시원하게 한잔씩 쭈욱 들이켰다.


앞에 앉아 있던 삼성전자 출신이자 지금은 외국계 IT 대표를 하고 있는 친구가 이번달 까지만 근무를 한다고 한다. 아니 이런 젠장!  결혼을 늦게 한 친구의 큰 딸래미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데, 갑자기 퇴사라니 말이다. 화가 났지만 어쩌겠냐, 그것이 인생인걸.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막막할 수 있겠지만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힘내라 친구야, 나도 힘낼께 !!!"

"힘내라 친구야, 나도 힘낼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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