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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an 19. 2023

밥도 튀기나, 아란치니

100회 글쓰기(12회 차)

이상한 일이다. 식재료가 튀김 기름에 들어갔다 나오면 맛나다. 통닭튀김, 감자튀김 그리고 분식집에서 튀겨주는 야채튀김과 김말이 튀김이 펄펄 끓는 식용유속에서 지글지글 튀겨 나오면 바싹한 식감에 소리까지 맛이 난다. 일식집에서 튀겨내는 새우튀김은 아이스 블록으로 밀가루 반죽을 식혀주니 더욱더 튀김옷이 살아있어서 씹으면 와그작 소리를 내면서 입안에서 부서진다.


지구상에서 최초의 튀김은 기원전 2,500년경에 이집트라는 설이 있고 최초의 감자튀김은 17세기말 벨기에에서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국민 힐링푸드인 닭튀김은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의 소울푸드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튀김요리는 그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오랜시간 인류를 행복하게 해줬다. 솔직히 많은 식재료들이 기름에 튀겨지기는 하지만 '밥'까지 튀겨 먹는 요리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아란치니(arancine)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렌지'란 뜻으로 이태리 시칠리아에서 시작된 주먹밥 튀김 요리이다. 우선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쌀과 함께 들어갈 마늘, 양파, 새우살, 양송이, 검은 올리브를 깨끗이 씻고 잘게 다져서 접시에 담아놓는다. 팬을 달구어 버터와 식용유를 넣고 다져놓은 재료들을 넣고 볶으면서 추가로 새우살의 냄새를 중화하기 위해 화이트와인을 살짝 뿌린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치킨베이스(물 3컵, 치킨스톡가루 작은 1스푼)를 부어 강불로 끓여주면서 거품찌꺼기를 거둬준다. 쌀이 손톱으로 눌러 으깨질 정도가 되면 여기에 생크림, 우유, 파마산치즈가루, 소금, 후추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를 추가하고 밥이 되직해질 때까지 졸인다. 수분기가 거의 없게 되면 식혀서 밥을 둥글게 또는 타원형 모양의 주먹밥 형태로 뭉친다.

아란치니(arancine)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렌지'란 뜻으로
이태리 시칠리아에서 시작된 주먹밥 튀김 요리이다.


주먹밥을 튀겨내기 위해 '밀계빵' 순으로 튀김옷을 준비한다. '밀께빵'은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말한다. 다양한 색감과 맛을 위해 빵가루를 3개의 접시에 나누고 파슬리, 검정깨, 땅콩가루를 각각 섞어준다. 튀김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밀가루에 전분가루를 섞어서 주먹밥 위에 묻히고 젓가락으로 잘 저은 계란물을 흥건히 적신다.


취향에 따라 빵가루를 묻히고 기름이 튀기지 않도록 팔팔 끓는 팬 속에 미끄러지듯이 집어넣는다. 튀김이 잘 익혀지도록 젓락으로 위아래를 돌려주면서 거무스름해질 때까지 튀겨낸다. 마지막으로 '아란치니'를 찍어먹을 소스로 팬에 다진 마늘을 버터에 볶고 파스타 소스를 넣고 바질후레이크, 소금, 후추로 토마토소스를 만들어 별도의 그릇에 담아낸다.



튀겨낸 아란치니는 파란색(파슬리), 검은색(검정깨), 노란색(땅콩가루)의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파란색 파슬리가 수놓인 바삭한 아란치니를 빨간색 토마토 소스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고 안은 고소한 주먹밥이 촉촉하게 입안으로 들어온다. 바질가루와 파슬리 가루의 향은 뭉친 어깨 근육을 완화시켜 준다. 결국 오늘도 튀김요리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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