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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an 24. 2023

채식, 그것 참 어렵네

100개 글쓰기(16회 차)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 일 년 이상을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면 주위사람들은 말한다. "고기 안 먹으면 무슨 낙으로 사냐?", "힘이 달려 괜찮냐?"라고 말이다. 평생 고기없이는 밥을 못먹었던 나도 믿기 어렵기는 한데, 정말 고기에 젓가락이 가지를 않는다. 하지만 채식을 유지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건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건 타인의 정서의 문제이고, 상대방의 시선에 대한 문제이다. 

그건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설연휴기간 동안 두 번의 모임의 가족모임이 있었다. 스무 명의 외가댁 친척들은 김포에 있는 유명한 '돼지갈비 식당'에 점심예약을 했고 다들 맛나게 돼지갈비를 뜯고 있는데 나 홀로 '된장찌개'를 시켜서 먹었다. 모임을 주관한 사촌 여동생이 식당을 정해놓고도 나에게 미안해서 안절부절못한다. 다른 식구들도 나 때문에 불편한 느낌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다.


작년까지 처가댁에서 손수 음식을 준비하시던 장모님이 올해부터는 외식으로 바꾸셨다. 갈비찜과 간장게장은 장모님의 명절 대표음식이기에 조금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모든 가족이 외식에 대찬성을 했다. 하지만 식당을 '돼지갈비 식당'으로 한 것은 의외였다. 그렇다고 참석을 안 할 수도 없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방문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고 인테리어가 고급진 식당에서 기름기 잘잘 흐르는 양념 되지갈비는 냄새에서부터 침을 고이게 한다. 고기를 열심히 뒤집으며 굽기는 했지만 젓가락은 가지를 않는다. 고기를 주문할 때 함께 시킨 된장찌개는 이미 내 식탁 위에 놓여 있다. 장모님은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이미 식성이 까탈스러운 사위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연휴 마지막날 아내는 딸내미와 바람 쐬러 백화점에 가고 아들과 단 둘이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밖에 나가 먹으려고 하니 메뉴 선정이 만만하지가 않다. 외식으로 자주 먹는 것은 '콩나물 해장국'은 워낙 자주 먹으니 눈치가 보인다. 사당동에 아들과 자주 가던 부대찌개 식당을 얘기했더니 아들이 쏘세지 먹으면 안 되지 않냐고 한다. 속으로 '국물만 먹으면 되는데'라고 생각만 하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결국은 이태원에 가서 나는 팔레페(falafel, 콩을 튀겨 만든 아랍식 요리) 샌드위치를 아들은 양고기 케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가족들과 외식 때마다 식당 선정에 고민이 된다. 아빠 때문에 아이들은 고기집에 못가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집에서도 아이들이 식탁에서 고기를 먹으면 나는 따로 밥을 먹는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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