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성찰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Feb 08. 2023

갤럭시에 에어팟, 괜챦나

100회 글쓰기(20회 차)

저녁에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무선이어폰에 대해 툴툴거렸다. 도서관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 중에 갑자기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춰버리고 노트북 외부스피커가 울렸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면서 길을 걸어가다가도 가끔 음악이 끊기다가 어느 순간에 다시 재생이 되기도 한다. 무선이어폰으로 전화를 받는 경우에는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혼잣말을 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


스마트폰이 무선이어폰과 거리가 멀어지면 더 기능이 저하됐다. 외투 주머니에서 뒷주머니로 스마트폰을 옮기면 어떤 경우에는 연결이 끊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골치덩어리 무선이어폰이다. 이 이어폰을 아내로부터 물려받았다. 아내가 인터넷에서 메이디인 차이나로 젤 저렴한 상품으로 샀다가 성능이 안 좋아 안 쓰고 있다길래 내가 6개월 전에 인수받은 것이다.


옆에서 내 투정을 듣고 있던 딸이 듣고 있다가 말했다. " 그럼 아이팟 쓰지 왜 그걸 사용해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폰은 삼성전자 갤럭시폰이다. 전 직장에서 회사로부터 아이폰을 제공받아5년간 사용하다가 반납하고 다시 갤럭시폰으로 갈아 탄 것이다. 아이폰을 반납하고 나서 별도로 구매한 아이팟은 더이상 사용할 수가 없어서 딸에게 준 것이다.


집에서 유일하게 딸아이가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딸아이는 본인이 사용하던 아이팟 한 개, 그리고 내가 준 아이팟이 또 한 개, 모두 2개를 갖고 있었다. 다행히 중고상품으로 팔지 않았다. 딸은 내가 전에 주었던 아이팟을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아이팟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구동이 된다는 것인가.




왜 나는 갤럭시폰에서 아이팟을 사용 못한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이폰은 아이팟, 갤럭시는 버즈'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박여있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런 멍청한 생각을 했을까.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선입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회사에서도 늘 변화와 개선에 대한 제안을 부르짖으면서 삼십 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스스로 가두어놓은 동굴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이없기도 하다. 돌려받은 아이팟을 갤럭시폰에서 블루투스로 불러오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의외로 간단했다. 아이팟의 본체 버튼을 3초간 누르고 있기만 했는데 바로 연결되었다. 샘스미스(Sam Smith)의 언홀리(Unholy) 곡이 빵빵하게 잘 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인터넷 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