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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성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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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07. 2023

병원이냐, 한의원이냐

발바닥이 얼얼할 땐

오른쪽 발바닥에 감각이 무뎌졌다. 걸음을 걸으면 왠지 오른쪽 발바닥의 중간 옴폭 들어간 부위가 지면에 닿는 느낌이 든다. 왼쪽 발바닥은 중간부위가 지면에 닿지 않는데 말이다. 갑자기 2주 전부터 양쪽 발바닥의 발란스가 깨졌다. 그렇다고 오른쪽 발바닥을 누르면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맨발로 걸어보면 거북한 느낌이 오른쪽 발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오른쪽 발바닥에 감각이 무뎌졌다.

외관상으로는 살짝 부어있기는 하지만 멍이 들거나 피부색깔이 퍼렇게 멍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네발도 걷는데 왜, 인간은 갓난아기 시절을 제외하고는 두발만을 온전히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오십 년을 넘게 무거운 몸무게를 지탱해 온 나의 두발바닥이 "이제 그만 좀 힘들게 해라~"라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병원이다. 튼튼한 체질인 나는 동네 정형외과를 가본 적이 없다. 아내에게 추천을 받아서 역 근처에 위치한 병원을 찾아갔다. 간단하게 초기방문 인적사항을 적고 잠시 기다리니 연세가 들어 보이는 담당의사에게 안내되었다. 발바닥 증상을 얘기하면서 오른쪽 발꿈치가 시린 것까지 상담을 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엑스레이를 여러 각도에서 오른발, 왼발,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여러 장을 부담 없이 찍어댔다.


평소 건강보험료열심히 낸 것이 조금은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 결과를 가지고 나에게 설명을 했다. 발바닥은 특별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보다는 양쪽 '발목뼈'의 연골 부분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라며 정상적인 환자의 사진과 비교하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다.


발바닥이 안 좋아서 방문한 것이었는데 갑자기 '발목뼈'가 심각하다는 의사의 말에 며칠 전에 읽었던 <휴먼카인드>에 나왔던 '노시보효과', '골렘효과' 같은 심리적인 내적갈등이 있어나면서 갑자기 양쪽 발목이 욱신욱신 쑤시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에이, 젠장~ 괜히 병원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30년은 더 써야 하는데 벌써부터 발목 상태가 안좋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우울해졌다.


의사는 추가로 발바닥 내부에 혹이 있을 수 있으니 초음파 검사를 추천했고 검사 준비 중에 간호사는 의료보험으로 적용이 안되니 개인경비로 '오백만 원'이 든다고 얘기하길래 깜짝 놀랐다. "예? 오백만 원이라고요?" 놀라서 물으니 "아니요, 오육만원이요"라고 다시 대답한다. '미치겠다. 이젠, 청력도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발바닥은 조심해서 생활하라는 조언과  팔꿈치 물리치료와 처방약 만 받고 병원문을 나섰다.

"예? 오백만 원이라고요?"




그리고 며칠뒤, 이번에는 동네 한의원을 방문했다. 아직도 오른쪽 발바닥이 걸을 때 거북하고 얼얼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방문했던 병원에서의 경험이 생각이 나서 한의원을 갈까, 말까 망설였다. 왜냐하면 또 비싼 장비로 검사만 받고 이상 없다고 할거 같아서였다. 하지만 아내의 한마디에 걱정이 확 달아났다. "거기 한의원에는 장비가 하나도 없어요, 그냥 침만 놓더라고요"라고 경험담을 말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한의원을 방문하고 초진상담을 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워서 발바닥에 부항을 뜨고 침을 맞았다. 이를 악물고 참고 있으려니 의사가 말한다. 원래 발바닥에 맞는 침이 많이 아프단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아팠다. 침을 맞고 나서는 고주파 마사지에 냉찜질까지 받고서야 치료가 끝났다. 오른쪽 발바닥이 약간 찌릿찌릿하면서 감각이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한의원을 나서는데 갑자기 ' 한의원, 승!'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한의원,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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