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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03. 2023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대학원 입학

"선배, 이번에 학교에서 '자동차 전문기술석사과정'이 개설되었는데
공부 한번 해보실래요?" 


후배의 전화에 나는 대답이 자동응답기처럼 곧바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 나이에?"라고 말이다. 그 후배는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몇 년 전에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로 이직한 친구이다. '공부'라고 하는 것도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부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지 않으면 20대가 지나면 대부분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산다.  누가 누가 높이 쌓냐를 시합이라도 하듯이 책을 멀리하고 일 년에 책 한 권 볼까 말까 한다. 


나도 사회 초년병 시절 산업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취득한 이후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었다. 나이가 들면 눈도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감퇴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간 밥벌이를 시켜준 분야를 다시 공부해 본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치열한 바둑 대전을 벌이고 복기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퇴직 후에 원래 계획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에 줄곧 자동차 산업에서 30년 동안 벌어먹고 살았고  어찌하다 보니 자동차 관련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책 출간을 통해 업계나 후배들에게도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마무리를 했다. 인생 2막은 '자동차'라는 주캐릭터가 아니라 '요리'라는 부캐릭터롤 살고 싶어서 몇 년 전부터 '주말요리학원'에 등록하고 새로운 '만 시간의 법칙'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기술교육원 '관리조리과'에 등록해서 '한식, 중식, 양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물론 한곳에 집중하기에도 기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생각을 조금 틀어 후배의 제안을 받아 들었다. 버겁겠지만,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원프러스원(1+1) 개념으로 '요리 자격증 취득'도 하고 '자동차 석사 취득'도 해보기로 했다. 이러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가수 오승근 씨가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 2012년> 가사에 보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나이가 들더라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나이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과감하게 사랑하라는 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공부하고 싶으면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열심히 하면 된다. 지금이 바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입학식'이 있어서 대학교를 방문했다.


한 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을 계산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결국 한 시간이 늦어졌다. 평소 2시간 반 거리가 봄 꽃놀이 철이라서 그런지 4시간 정도 걸렸다. 갑자기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정문에서 맞이한 벚꽃이 운전 피로를 날려 주었다. 캠퍼스는 언제 방문해도 항상 설렘을 가져준다. 남은 내 인생에도 이미 '설렘'이라는 놈이 자리 잡고 앉았다.

남은 내 인생에도 이미 '설렘'이라는 놈이 자리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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